이인옥(수원교구 기산 천주교회)
◆딸아! 어떻게 나무가 뽑혀 바다에 심겨질 수 있냐고 너는 물었지. 그러나 나는 그보다 더한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살아온 몇 십 년 안 되는 기간에도 믿기지 않는 일들이 수없이 일어나곤 했지. 바다 밑을 뚫어 육지와 육지를 잇고, 사막에 물을 대어 농장을 만드는가 하면 공중에서 사람이 살기도 하는 세상이 되었단다.
온 지구인을 놀라게 했던 달나라 탐사사건도 이젠 옛말이 되어버렸고, 얼마 전엔 우리나라에서도 우주인을 뽑지 않았니? 그런 일에 비하면 나무 한 그루를 바다에 심는 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듯하구나.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그런 일들도 애초에는 아주 작은 믿음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렇다. 할 수 있다는, 될 수 있다는 것은 겨자씨 한 알보다 작은 믿음에서 비롯된 일이다. 하면 된다는 믿음이 공중으로 길을 내고, 섬과 섬을 잇고, 불모지를 생활터전으로 바꾼 기적을 만든 것이다.
딸아! 너도 어느새 어른이 되어 무한경쟁 사회 속에 살고 있구나. 지금 우리 사회에는 학력·경력 위조는 물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남을 제치고 자기를 내세우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하지만 아무리 살벌한 세상일지라도 신앙인인 우리는 남다르게 살아야 한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시는구나. ‘스스로 죄를 짓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남도 죄짓지 않게 배려하라’, ‘혹시 너희에게 죄를 짓는 사람이 있더라도 수없이 용서해 주어라.’
그런 일도 바다에 나무를 심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너는 말하겠지? 맞다.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는 일은 어쩌면 그보다 더 힘든 일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앞서도 말했잖니? 결코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일들도 애초에는 겨자씨만한 믿음으로 시작되었다고. 그런데 그 작디작은 믿음조차도 우리 안에서는 저절로 우러나올 수 없는 것이기에 믿음을 더해 달라고 청해야 한다는 거다.
혹시 아니? 우리 각자가 청해 받은 겨자씨 한 알보다 작은 믿음이 모여 이 각박한 세상이 살맛 나게 변화될 수 있다면, 하루에 일곱 번인들 왜 아니 청하겠니? 믿지 않는 사람들도 불가사의한 일을 이뤄낼 수 있다면, 더구나 우리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분을 믿는 신앙인이 아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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