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옥(수원교구 기산 천주교회)
◆아들이 공부를 그만두고 기타를 치겠다고 했을 때, 적성 때문에 선택했다는 확신도 없었거니와 예능 방면으로 뒷받침해 줄 형편도 아니어서 속이 많이 상했다. 말려도 되지 않고, 저 하는 대로 보고 있자니 가슴에 돌을 눌러놓은 것처럼 답답하고 한숨만 나왔다. 성적이 아닌 인간 됨됨이로 평가해 달라고 담임 선생님께 간곡한 편지를 쓰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뿐이었다.
기도는 계속되었지만 응답은 곧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더 나빠졌다. 열심히 하던 기타 연습도 시들해졌고, 지도하던 선생님마저도 무성의해졌다. 매사에 자신이 없고 무력한 채 지내던 아들이 우여곡절 끝에 올해 대학에 들어갔다. 진짜 적성을 찾아 뒤늦게 합류한 아들은 적극적이고 밝은 예전 모습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방황한 만큼 더욱 철이 들었다. 자신감이 살아나고 활기 넘치는 아들을 볼 때마다 감사가 절로 나온다.
낙심하지 않고 끊임없이 기도드린 결과는 아들한테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나한테도 나타났다. 기도하는 동안 아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기도하는 동안 나 자신의 욕심을 포기하고 아들의 행복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기도하는 동안 아들이 어떤 상태이건 둘도 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매번 느끼게 되었다. 이런 생각과 느낌은 아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다시 분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끊임없이 기도해야 하는 이유다. 기도하는 동안, 기도하는 사람 자신이 옳고 선하고 아름답고 건강한 방향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끊임없이 기도하는 동안, 그 영향이 주위 사람들에게 줄기차게 전달되어 마침내 기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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