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철지난 연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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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인옥 | 작성일2007-11-20 | 조회수361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철지난 연밭
여러분은 철지난 연 밭에 가보신 적이 있나요?
넓고 푸르던 연잎도 진하게 피어나던 향기도 추억처럼 수면아래 가라앉아 스산함만 남은 연 밭.
말라버린 蓮대들이 죄다 목을 꺾어 반쯤은 물에 처박고 있는 그곳에는 물 밖에 나온 줄기들과 물에 비친 그림자들이 서로 맞닿아 기기묘묘한 기호들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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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그리움도 자랑도 반쯤은 꺾어 자기 안에 간직해 두라는 말 같기도 하고. 원망도 불만도 탄식도 반쯤은 꺾어 수면 아래 감추고 드러내지 말라는 싸인 같습니다.
세월이 가면, 잠잠해지면, 알 사람은 다 알더라는 고개 숙인 연대들의 가르침이 있는 철지난 연 밭입니다.
속으로 깊이 삭이고 고개 떨구는 시간이 있어야 진흙 속에 떨어진 씨앗에서 이듬해, 푸르고 싱싱한 연잎이 솟아오르고 찬란한 연꽃이 어느새 봉긋하게 핀다고 철지난 연 밭은 가르쳐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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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말씀에는 혀를 잘 다스려야 한다는 말이 참 많이 나옵니다. 혀는 칼보다 깊은 상처를 낸다고도 합니다. 이 작은 혀를 다스리기가 쉽지 않은 줄 알기 때문에 말로 죄를 짓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완전한 사람이라고 야고보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동안의 인간관계를 돌아보니 침묵을 하지 못해, 혀를 다스리지 못해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서 관계가 깨지고 친교가 단절되는 일이 많았지요.
며칠 전, 철지난 연밭을 보면서 문득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말로 상처를 준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오늘 그분들에게 머리 숙여 용서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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