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애경 수녀(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수녀회)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셔서 물건을 파는 이들을 쫓아내시며 ‘기도의 집’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었다고 호통 치시는 모습을 전해 준다.
예루살렘 성전으로 오는 동안 제물로 바칠 짐승한테 상처가 생기면 상처 나지 않은 짐승과 교환하기 위해, 또는 미처 제물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성전에 소와 양과 비둘기를 준비해 두었다. 그리고 성전세를 내기 위해서는 로마 돈을 성전화폐로 바꾸어야 했다.
이와 같이 처음에는 좋은 동기로 환전을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이익 때문에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성소를 지배하게 되었고 성전에서 물건을 바꿔주는 사람들이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제사장과 짜고 물건을 파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러다 보니 갈수록 제사에는 관심이 없어지고 장사에 우선순위를 두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이익에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던 예수님은 성전을 정화하셨다.
이와 같이 우리도 좋은 마음과 선한 동기로 시작한 일을 이해관계로 그르친 적은 없는지, 탐욕에 눈이 멀어 더 큰 욕심을 부린 적은 없는지 생각해 보아야겠다. 내 마음의 성전은 어떠한가? 나는 어디에 중심을 두고 사는가? 혹시 내 마음 안에 사람에 대한 집착이나 이기심, 명예, 물질에 대한 애착이 있다면 이제는 주님께서 내 삶의 중심이 되도록 자리바꿈해야겠다.
예수님은 성전을 정화하신 후 백성들을 가르치셨고, 온 백성은 말씀을 듣기 위해 예수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도 예수님 곁을 떠나지 않을 때 우리 마음 안에 그분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으며, 악이 침입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요한 15,9ㄴ) 하고 말씀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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