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당에 다니시는 여러분에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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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기동 | 작성일2007-11-26 | 조회수572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안녕하십니까
저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저희 집안에서는 닭이 병들어 잡아먹을 수 밖에 없을 때만 닭고기를 먹었습니다.
그러니 해외여행이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해외로 떠나는 사람은 왕복표가 아니라 편도표만 끊어서 떠났습니다.
그 사람들은 이민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택시는 하체골절상을 입었을 경우 병원에 실려갈 때만 탔고 상반신 골절상을 입었을 때는 전철을 탔습니다.
저는 이런 집안에서 문을 꽝 닫고 나가고 싶었는데 IMF가 닥치자 문도 없는 열린 공간으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노숙자가 된 것이지요.
어느날 한 노숙자 동료가 좋은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성당에 가면 돈을 준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당 오백 원씩 준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 때부터 이 곳 저곳의 성당을 순례하게 되었습니다.
제법 벌이가 되었고 굶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저는 성당 사람들에게 그리고 여러분이 믿는 하느님에게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어제였습니다.
어느 성당에 들렸더니 사무장이란 사람이 "지금부터는 돈을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유인즉 일주일에 칠십명이 넘는 사람이 몰려오면서 성당이 지저분해져서
앞으로는 누구에게도 돈을 주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같이 간 제 동료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는 그래도 배운 놈이라고 이번만 오백원을 주면 안 되겠느냐고 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저는 이해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니까 성당에서도 곤란하겠지요.
하지만 기껏해야 오백원씩 칠십명이면 일 주일에 삼만 오천원, 한 달에 십사만원인데
삼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니는 성당에서 이것도 어렵습니까.
여러분은 아직도 저희를 형제라고 부르십니까
이제 저희는 성당의 주소들을 버렸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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