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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주(定住)의 삶" - 2007.11.27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27 조회수407 추천수3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11.27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다니2,31-45 루카21,5-11

                                                          
 
 
 
"정주(定住)의 삶"
 


아침 성무일도 중
다음 시편 구절과 독서 후의 계응송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하느님의 제단에 나아가리이다.
  내 기쁨, 내 즐거움이신 하느님께 나아가리이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도움을 빌며, 당신의 말씀에 희망을 거나이다.”

하느님을 찾는 기쁨으로, 맛으로, 재미로 살아가는 수도자들입니다.
 
비단 수도자들뿐 아니라
삶을 깊이 있게 사는 믿는 분들 역시
하느님을 찾는 기쁨으로, 맛으로, 재미로 살아갑니다.
 
하느님으로 시작해 하느님으로 끝나는,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끝나는 수도자의 하루 일과입니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러할 것입니다.
이렇게 살다가 이렇게 죽는,
참으로 하느님만을 찾는 단순 소박한 본질적 삶입니다.
전혀 허영이나 장식이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수도생활은 이벤트가 아니라 하느님을 찾는 단순 평범한 생활입니다.
신기하고 별난 맛에 사는 것 아니라 대부분은 심심한 맛을 즐기며 삽니다.
 
모든 부수적인 것들은 떨어내고
본질적인 하느님 추구에만 몰두하는 수도자의 모습,
마치 단풍잎들 다 떠나보낸 만추의 가을 나목 같습니다.

언제나 하느님 안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머물러 사는
정주의 삶이 이런 진리를 깨닫게 합니다.
 
땅에 깊이 뿌리 내린 울창한 나무들처럼,
하느님 안에 깊이 믿음의 뿌리 내려가는 정주의 삶만큼
안전하고 튼튼한 삶은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성전을 두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사람들처럼
화려한 외관에 현혹되지 않습니다.
허장성세 외관을 꿰뚫어 통찰하는 주님처럼, 우리 역시 본질을 직시합니다.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또 ‘내가 그리스도다.’
‘때가 가까웠다.’ 누가 말하더라도
속아 뒤 따라가지 않고,
흉흉한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않고
요지부동,
내 정주의 제자리 삶에 충실합니다.
 
1독서에서도 이런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의 눈으로 보면 모든 허장성세의 제국들,
하느님의 나라로 상징되는 돌 하나에 속절없이 무너지지 않습니까?
 
허약하기로는 하느님의 나라를 살지 못하는 나라나 가정, 개인도 똑 같습니다.

“그 나라는 영원히 멸망하지 않고
  그 왕권이 다른 민족에게 넘어가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 나라는 앞의 모든 나라를 부수어 멸망시키고 영원히 서 있을 것입니다.”

다니엘의 예언은
마침내 지상의 하느님의 나라라 일컫는
가톨릭교회를 통해 실현되고 있음을 봅니다.
 
모든 제국들 다 사라졌어도
2000년 역사의 가톨릭교회는 앞으로도 영원히 서 있어
하느님의 나라를 확장시킬 것입니다.

이 하느님의 나라를 오늘 지금 여기서 사는 정주의 삶입니다.
 
다 사라져도 하느님만을 찾아
하느님 안에 뿌리 내리는 정주의 삶은 영원할 것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보고 맛들이며
주님 안에 깊이 정주의 뿌리를 내리는 복된 시간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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