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묵상 ♥ 경상남도의 순교자 정찬문 안토니오는 특이한 분입니다. 진주에 있는 그의 무덤에는 머리가 없고 하체만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무두묘’(無頭墓)라 하였습니다. 순교자 정 안토니오는 진주시 사봉면에서 태어났습니다. 이곳은 고려 말 대사헌을 지낸 정온(鄭溫)이 은거했던 곳입니다. 대사헌은 오늘날의 검찰총장에 해당됩니다. 그러한 지위에 있었지만 조선이 건국되자 절개를 지키려 낙향한 것입니다. 당연히 이곳 정씨들은 자부심이 대단하였습니다. 정 안토니오 순교자는 바로 정온의 후손입니다.
병인박해 때 정찬문은 신자인 것이 드러나 체포됩니다. 놀란 문중에서는 재심을 청구합니다. 신자가 아니니 다시 조사하라는 청원입니다. 그 사이 순교자를 회유하려 했던 것이지요.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이 동원됩니다. 온갖 회유와 엄포가 뒤따릅니다.
그러나 순교자는 배교를 완강히 거부합니다. 다시 감옥으로 끌려간 뒤에도 혹독한 심문은 계속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매를 너무 많이 맞아 감옥에서 숨을 거둡니다. 가족들이 시신 인도를 청했을 때 포졸들은 하체만 내어 줍니다. 재심까지 신청했던 골치 아픈 죄수였기에 머리를 남겨 두었던 것입니다.
“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너희를 넘겨 더러는 죽이기까지 할 것이다.” 오늘 들은 이 복음 말씀은 지난날의 순교자들에게만 해당되지 않습니다.오늘날에도, 비록 피를 흘리는 순교는 아니라 할지라도 신앙 때문에 고통 받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들의 고통을 기억하며,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은총에 진심으로 감사드립시다.
주 하느님, 바르고 성실한 사람 안에 머무시기를 바라시니, 저희가 주님의 마땅한 거처가 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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