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숙 수녀(살레시오 수녀회)
◆중국 북경은 연평균 강우량이 겨우 50∼150밀리미터가 고작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소낙비 한줄기 구경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은 웬 비가 그칠 기세를 보이지 않아 밤 11시 출발예정이었던 비행기는 다음날 새벽 4시로, 또다시 6시로 변경되었다. 우리는 정말 비행기가 뜰까 걱정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북경 사람들은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라고 인사를 나눈다는데 우리는 그럴 수가 없었다.
비는 간신히 그쳤다. 개찰구를 통과해 기내에 앉으니 ‘아,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할 정도의 흥분은 아니었으나 그저 앉아 있다는 게 정말 감사했다. 늦은 밤, 무사히 터키 이스탄불에 비행기가 착륙하여 서서히 멈출 때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그 후 우리는 비행기가 착륙할 때마다 박수를 쳤다. 그 흔한 비행기의 이륙과 착륙이 그저 감사하기만 했다.
대림절은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는 시기다. 누구를 기다린다는 것은 행복이다. 기다릴 때의 보고픈 마음과 만났을 때의 기쁨 때문이다. 만일 오시는 그분이 두렵고 싫다면 왜 기다리겠는가? 피할 것이다. 기다리는 대림절이 되기 위해서는 올 한 해 주님께서 나와 함께하신 일들을 찾아보고 깨닫는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런 깨달음이 있을 때 그분이 오시는 날을 진심으로 기다리게 될 것이다. 믿음의 시각으로 되돌아보자. 지난 1년 동안 주님께서 나를 도와주신 흔적이 어디 한 조각도 없겠는가.
나이가 들수록 나는 행복한 수녀로 살고 싶다. 아마 하느님도 내 생각과 같을 것이다. 행복의 정도는 감사의 정도와 비례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의식적으로 감사를 연습한다. 차 한 잔을 함께 마실 때도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행복을 위하여!’ 하면서 건배를 청한다. 어제는 저녁을 준비하다가 그만 칼질이 어긋나 왼쪽 검지손톱이 달아났다. 그 순간 속이 상하기 전에 얼른 ‘아, 다행이다. 귀퉁이만 나갔잖아. 감사합니다.’라고 나에게 입력시켰다.
충치 때문에 치과를 다니고 있다. 한 달 정도를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다 보니 잇몸이 헐고 쥐가 난 것처럼 감각이 둔하다. 그러나 나는 좋은 쪽으로 생각을 돌린다. 훌륭한 의사 선생님을 만난 것도 참 복이라고. 마음의 표현인 감사도 의식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이 반복으로 이어져 습관으로 몸에 익숙해지면 나는 지금보다 더 감사하면서 행복한 수녀로 살아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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