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2월 12일 대림 제2주간 수요일 - 양승국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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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7-12-11 | 조회수612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12월 12일 대림 제2주간 수요일 - 마태오 11장 28-30절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더 이상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어느 미사에서 영성체가 끝난 후의 일이었습니다. 습관대로 잠깐 묵상시간을 가졌습니다. 영성체의 순간, 너무나 은혜로운 감사의 순간이기에 그냥 후다닥 일어날 수가 없지요. 꽤 긴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난 후 신자석을 한번 둘러보았는데, 제 눈에 ‘확’ 띄는 자매님 한분이 계셨습니다.
다른 신자들에 비해 표정이나 자세가 너무나 달랐습니다.
다른 분들의 모습은 천태만상이었습니다. 꽤 긴 침묵시간을 못 견뎌 몸을 뒤채는 사람, 심심하다보니 주보를 뒤척이는 사람, ‘빨리 집에 가야 하는데’ 하는 얼굴로 자꾸 시계를 보는 사람, 기다리다 못해 먼저 일어서는 사람...
그러나 그 자매님의 얼굴은 너무나 평온했습니다. 그 얼굴은 기쁨의 빛으로 가득 찬 나머지 광채까지 났습니다. 눈을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환하게 미소 짓는 듯 했습니다. 한 마디로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참된 위로, 참된 평화, 참된 휴식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제시하고 계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우리가 행복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 다니지만 미사 보다 더 큰 행복은 없습니다. 우리가 특별한 그 무엇을 찾아 여기 기웃 저기 기웃거리지만 성체성사보다 더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우리가 기적을 찾아 정처 없는 순례를 거듭하지만 성체성사야말로 기적입니다.
매일의 미사 중에 우리는 기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죽음에서 생명에로, 슬픔에서 환희로, 좌절에서 희망으로, 죄의 종살이에서 자유에로, 지옥에서 천국으로 건너가는 은총의 파스카 축제, 기적 중의 기적이 바로 우리가 매일 봉헌하는 미사입니다.
매일 기적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데, 또 다른 기적을 찾아 헤매 다니는 것은 웃기는 일입니다.
이른 아침, 일출 무렵, 풀잎 끝에 맺혀진 이슬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참으로 영롱합니다. 정말 눈길을 끕니다. 그러나 그 순간은 잠시입니다. 아침 해가 떠오르면 즉시 말라버립니다.
이른 아침, 강가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바라보신 적이 있습니까? 대단합니다. 정취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은 찰나입니다. 아침 해가 떠오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 눈앞에서 그 자취를 감춥니다.
우리가 찾아 헤매는 인간적인 위로가 그렇습니다. 여기 저기 위안거리를 찾아 숱하게도 헤매 다녀보지만 대체로 다 부질없는 것들입니다. 부초 같은 것들입니다. 연기처럼 사라져버리는 것들입니다.
보다 영속적인 대상, 보다 가치 있는 대상, 보다 오래 가는 대상을 찾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 다 사라질 것입니다. 자취 없이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인연들도, 우리가 목숨처럼 놓기 싫어하는 물건들도 덧없이 우리를 떠나갈 것입니다.
오직 마지막에 남는 것은 주님이십니다. 주님만이 영원하십니다. 주님만이 우리를 영원히 실망시키지 않으십니다. 주님만이 우리의 영원한 위로자이십니다. 주님만이 영원한 안식처이십니다.
연인들에게 있어 가장 달콤한 휴식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겠지요.
우리 신앙인들에게 있어 가장 달콤한 휴식은 그분 앞에 자리 잡고 앉는 것입니다. 그분의 좋으심을 찬미하는 일입니다. 그분의 아름다움을 관상하는 일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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