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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침묵-판관기46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13 조회수394 추천수5 반대(0) 신고

하느님의 침묵-판관기46 

 <생명의 말씀>
 아비멜렉이 이스라엘을 다스린 지 삼 년이 지났다. 하느님께서 악령을 보내시니, 아비멜렉과 세겜의 어른들 사이가 나빠져, 세겜의 어른들이 아비멜렉을 배반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여룹바알의 아들 칠십 명이 당한 억울한 죽음을 원수갚는데 자기 형제를 죽여 피흘린 죄를 아비멜렉에게 갚으시고 제 형제를 죽이는 자를 도와 준 세겜의 어른들에게도 그 죄를 갚으시려고 하신 것이다. 아비멜렉을 괴롭히려고 세겜의 어른들은 언덕에 사람들을 매복시켜 놓고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을 모두 털게 하였는데 이 일이 아비멜렉에게도 알려졌다. 마침 에벳의 아들 가알이라는 사람이 자기 형제들과 함께 세겜으로 이사왔는데, 그는 세겜 어른들의 신망을 얻었다. 때는 밭에서 포도를 따서 밟아 즙을 짜는 추수철이었다. 사람들이 잔치를 베풀고 신전에 들어 가서 먹고 마시면서 아비멜렉을 욕하는 자리에서 에벳의 아들 가알이 외쳤다. "아비멜렉이 누군데, 그 세겜의 피를 받았다는 자가 누군데, 우리가 그의 종이 되어야 한단 말입니까? 그 여룹바알의 아들과 그의 심복 즈불이 도리어 세겜의 조상인 하몰 집안 사람들을 섬겨야 할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하여 우리가 그의 종이 되어야 한단 말입니까? 나에게 이 백성을 거느릴 권한만 준다면, 나는 아비멜렉에게 싸움을 걸겠습니다. 그리고 그 녀석을 몰아내 보이겠습니다." 그 성의 추장 즈불이 에벳의 아들 가알의 말을 전해 듣고 화가 나서 아루마에 있는 아비멜렉에게 전갈을 보냈다. "보십시오. 에벳의 아들 가알이라는 자가 제 형제들과 함께 세겜에 와서 온 성읍을 충동질하여 역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서 휘하 군대를 몸소 이끌고 출동하셔서 어둠을 틈타 들에 매복하셨다가 아침 일찍 동틀 때 행동을 개시하여 성을 기습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알이 무리들을 이끌고 대적하러 나오거든 닥치는 대로 해치우십시오." (판관기 9:22-33)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서로의 이익과 욕심으로 뭉친 연합의 관계는 결코 오래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이익을 줄 거라고 생각되는 대상과 또 다른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꾸면서 이전 상대와는 투쟁을 벌이게 됩니다. 아비멜렉과 세겜 어른들 사이의 관계도 결국 3년 만에 파국을 맞게 되었고, 세겜으로 새로 이사온 가일이라는 사람이 세겜 어른들과 모종의 이익을 위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판관기 저자는 하느님께서 자기 형제 70명을 죽인 것과 그 일을 도와준 사람에게 죄를 물으시기 위해 아비멜렉과 세겜 어른들에게 악령을 보내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죄로 뭉친 사람들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악령이 활동할 수밖에 없고, 하느님께서도 당신을 떠난 사람들 주위에서 활동하는 악령을 막으시지 않으신 것을 판관기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스스로 악한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말로 행동으로 옮기게 되면 우리 삶은 어느새 악한 영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내 이익을 위해서 내 맘대로 사는 게 자유인 것 같지만 내 욕망을 따라 내 맘대로 살다보면 결코 진정한 자유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욕망과 악마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진리입니다.

자기 욕심에 이끌려서 부정한 방법으로 승리한 사람은 그 승리가 영원할 것 같지만 똑같은 방식으로 당하게 됩니다. 아비멜렉은 지연(地緣)을 이용해서 세겜 사람들의 마음을 사서 자기 형제 70명을 죽이고 정권을 차지했습니다. 새로이 세겜에 나타난 가알은 똑같은 방식으로 아비멜렉을 상대합니다. 세겜 어른들의 마음을 얻고 나중에는 그들을 충동질하여 아비멜렉에게 더 이상 종노릇하지 말고 나를 도와주면 내가 아비멜렉을 없애겠다는 것입니다. 3년전 아비멜렉이 했던 일이 똑같이 되풀이 되는 것입니다. 악이 악을 부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안에 결코 선한 것들만 있지는 않습니다. 욕망과 결부되어 악이 활동하려고 할 때 하느님께 의지하면서 그것을 잘 다스릴 때 우리가 계속 하느님의 품 안에 머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비멜렉과 세겜 어른들, 가알을 보면 하느님을 떠난 사람들에게 하느님은 침묵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깨우치고 돌아오기 전까지는 자기 욕심과 어리석음 안에서 소탐대실(小貪大失)을 하면서 고통을 겪도록 내버려 두시는 것 같습니다.

이후 얼마간의 판관기 이야기에는 하느님께서 적극적으로 등장하시지 않습니다. 욕망에 이끌려 사는 우리의 삶이 혹시 그렇게 되어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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