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이화여자대학교 생명의료법인연구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배에 사공이 많다 보면 이런저런 의견이 분분해지고, 서로 자기 주장만 하면 배가 가야 할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지요.
유다의 율법학자들이 말 많은 사공들처럼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라고 하는 것을 예수님의 제자들이 들었나 봅니다. 율법학자들의 주장이 가지가지다 보니 예수님의 제자들도 좀 혼란스러웠을 것입니다. 율법학자들의 여러 가지 주장 중에는 ‘엘리야가 먼저 와야 한다.’는 말도 들어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엘리야가 이미 그들 곁에 와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엘리야가 먼저 와야 된다고 주장하던 율법학자들이나 다른 사람들은 그들 곁에 이미 와 있는 엘리야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엘리야가 누구인지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요? 율법학자들은 새로 오시는 엘리야가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엘리야가 먼저 와야 한다는 주장만 했던 것 같습니다.
옳고 그름에 기준을 두기보다 자기 주장만 관철시키기 위해 주장할 때 배가 산으로 가기도 하고 뒤집히기도 하겠지요.
저도 옳고 그름보다 그저 제 주장을 이루고자 하는 욕망에 치열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한다고 빌라도에게 소리친 유다의 군중들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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