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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07) 어떤 예물을 준비했는가? / 하청호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21 조회수675 추천수6 반대(0) 신고
 
 
 
 
 
 
어릴 적 명절이나 성탄에 공장을 하는 우리 집을 찾아오는 손님 중에 경찰아저씨가 있었다.
차 한잔 마시고 돌아가는 길에 아버지가 만 원짜리를 두툼하게 반으로 접어 아저씨 주머니에 찔러 넣어주면,  아저씨는 희색이 가득하여 돌아가곤 했다.
 
그러곤 아버지는 작은 내 손을 꼭 붙잡고 '요셉의 집' 과 같은 복지시설로 가셨다.
비록 몇 만 원 안되는 돈이지만, 흰 봉투에 고이 담아 전해드리고 오는 길.
'아빠가 좋은 일 하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마다 성탄판공이 오면 나는 이런 보속을 준다.
 
"올 성탄엔 진짜 구유에 누우신 예수님 찾아가세요. 
 '길바닥에 신문지 깔고 오신 예수님',
 '속을 뒤집어 놓고 가서 다신 안 보고 싶은 그 사람'
 그런 사람들 만나고 성탄 밤 미사에 오세요."
 
 
이스라엘을 순례하다 보면, 빛으로 오신 주님의 땅이건만, 곳곳에서 전혀 그렇지 못함을 보게 된다. 주님이 탄생하신 베들레헴에 오늘날 회교도는 80%에 이르고, 그리스도인은 약간 남아있을 뿐이다.
 
안식일에 예루살렘 유대인 거리를 버스로 투어하는데, 어디선가 '퍽' 하며 큰 빵이 창문으로 날아들었다.
어린아이 하나는 "샤밧(안식일)" 이라 외치며 돌멩이를 던진다.
'왜 안식일에 차 시동을 거느냐!' 라는 항의였다.
 
앰블런스에는 예수님에 대한 거부감으로 +표시가 없다.
그들에겐 성탄도 축일이 아니다.
이렇게 약속의 땅에서 예수님은 그저 조용조용 숨을 쉬고 계셨다.
 
모든 것을 가지신 주 하느님께서 아무것도 없이 남의 마구간 여물통 위에 아기로 누여지신 사건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분을 처음 맞아드린 사람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은 마을 근방의 양떼를 지키던 이름없는 목자들이었다.
 
그때처럼 오늘도 '찬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오실 예수님' 이 제대로 보이기는 할까?
귀찮은 존재로 푸대접하는 세상이 들려주는 흥겨운 캐롤 소리를 그분은 외롭게 듣고 계실 것이다.
 
종교의 이름으로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빵덩이에,
돌을 집어던지는 아이의 신념 안에
내 모습도 있다.
내가 집안에 그런 형제였고 그런 자매가 아니었던가!
 
화해의 제물도 없는 구유경배와 성탄 밤의 흥겨운 여흥에 예수님이 계실까?
 
주님은 그런 경배를 원치 않으신다.
형제들과의 화해와 사랑의 나눔,
가면을 쓰고 고집스레 살아온 나약한 나를 그대로 봉헌하기를 바라신다.
 
 
성탄의 기쁨과 은총은 하느님께서 거저 주시는 선물이지만,
적어도 우리는 선물 받을 그릇을 준비해야 한다.
평화의 왕으로 오시는 구세주 아기 앞에 우리는 참된 경배를 드려야 한다.
올 성탄 나는 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님께 어떤 예물을 준비했는가?
 
 
                        글 : 하청호 (대전 가톨릭대학교 영성관 보좌신부)
 
 
         (원제 : 창문으로 날아든 빵덩이)
 
 
                                   ㅡ 가톨릭 다이제스트 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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