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한산한 안흥항에서 성탄절 회식을 즐겼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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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지요하 | 작성일2007-12-26 | 조회수500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한산한 안흥항에서 성탄절 회식을 즐겼습니다
▲ 안흥항 모습 안흥항에는 유조선 유출기름의 대규모 침입이 없었다. 산발적인 소규모 출현을 효과적으로 제거했다. 그래서 현재 바닷물은 깨끗한 상태다. ⓒ 지요하 올해 예순이라는 나이를 무겁게 어깨에 지고도 태안성당에서 성가대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5년부터 시작한 일이니, 어언 12년의 세월이 쌓였습니다. 줄곧 베이스 조장 노릇을 해오고 있습니다. 성가대 봉사, 참 즐겁습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의 연습에 거의 빠지지 않습니다. 예수성탄대축일을 앞둔 대림절이나 부활대축일을 앞둔 사순절 때는, 1주나 2주 동안은 거의 매일 집중적으로 연습을 하는데, 다소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화음의 완성'에서 얻는 희열과 성취감은 늘 새롭습니다. 어려운 연습 과정을 통해 도달하는 화음의 완성, 그것은 정말 내게 매번 신선하고 색다른 쾌감 같은 것을 안겨줍니다. 바로 그것에서 계속적으로 매력을 느낀 나머지 12년의 세월이 쌓이도록 싫증 한 번 내지 않고 줄기차게 성가대 봉사에 참여하지 않나 싶습니다. 때로는 "성가대에 '실버'들이 많다. 그래서 '실버합창단'이다"라는 비아냥 같은 소리도 듣습니다만, 앞으로도 성가대 봉사활동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1995년에 함께 참여를 해서 지금까지 줄곧 함께 하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인 테너 조장 이동규(사도 요한)씨와 일흔 살을 먹을 때까지 함께 가기로 예전에 약속을 했습니다만, 어제(25일) 성탄절 점심 회식 자리에서는 교구장 정년 나이인 75세까지 우리도 성가대에 남기로, 아주 일찌감치 5년 연장 약속을 했습니다. ▲ 안흥항 모습 크리스마스날의 한산한 안흥항 해변. 이 괴이한 풍경은 절로 억울함마저 안겨준다. ⓒ 지요하 기름피해 우리 태안성당 성가대에는 웃음이 참 많습니다. 연습을 할 때도 웃는 일이 많고, 회식 자리에서는 그야말로 웃음꽃이 만발합니다. 성가대 참여 덕분에 소리도 많이 지르고, 곧잘 웃음 속에 파묻히기도 하니, 이래저래 더디 늙고 덜 늙을 것은 거의 분명하지 싶습니다. 어제도 성탄대축일 낮미사를 지낸 다음 점심 회식을 하면서 많이 웃었습니다. 우리 태안성당 성가대는 해마다 주님부활대축일과 성탄대축일에는 교중미사 후에 점심 회식을 합니다. 대개는 바닷가로 가서 생선회를 즐기곤 합니다. 그런데 올해 성탄대축일 회식에 대해서는 논란이 좀 있었습니다. 유조선 기름유출 재난으로 태안군 전체가 초상집 분위기인데(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모든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무기 연기되는 상황인데), 이런 판국에 어떻게 회식을 할 수 있느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그냥 회식 없이 넘어가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 같았는데 단장 겸 지휘자인 최혜주 아네스 자매가 색다른 의견을 내었습니다. "기름재난 때문에 손님이 거의 끊어져서 한산한 상태인 안흥으로 가서 회식을 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안흥에 가서 생선회와 매운탕으로 회식을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스스로 우리를 돕는 일'이라는 얘기였지요. ▲ 안흥항 모습 기름부대의 침입을 거의 당하지 않은 안흥항마저 영업 피해를 심하게 입는 일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 지요하 기름피해 모두들 찬동을 했습니다. "유출 기름이 직접적으로 닿지 않은 안흥항까지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져서 피해를 입는 것은 너무 부당하고 억울하다"는 말도 나왔고, "이런 때일수록 우리가 행동으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우리가 안흥항에 가서 생선회를 먹는 것이 뭔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행동이 된다는 그 사실이 얄궂게 느껴지는 면도 없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상한 오기 같은 것을 안고 모두 안흥으로 달려갔습니다. 본래 생선회를 먹지 못하는 남성 단원 한 사람만 차량 봉사로 빠지고, 그를 제외한 전원이 안흥항 회식에 참여했습니다. 몇 명씩은 꼭 빠지기 마련인 행사에 예년과는 달리 거의 100% 참석한 것을 보면서, 우리는 서로서로 묘한 의기 같은 것도 느끼는 기분이었지요. 생각하면 그것 자체가 얄궂고 슬픈 일이지만…. 안흥항은 한 마디로 한산하고도 썰렁한 모습이더군요. 예년 같으면, 크리스마스날이라 하면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차를 놓을 자리가 거의 없어 애를 먹을 텐데, 주차 공간이 너무도 널널하니, 그 괴이하고도 부당한 널널함이 이상한 충격을 주어 숨이 막힐 것만 같더군요. ▲ 안흥항 모습 안흥항에서는 아무 문제없이 신선한 생선회를 마음놓고 즐길 수 있다. 하루빨리 다시 많은 손님들이 안흥항을 찾게 되기를 진심으로 빈다. ⓒ 지요하 기름피해 '안흥하우스'라는 음식점은 안흥에서도 손님 많기로 손꼽히는 집인데, 점심때인데도 모든 방들이 비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우리(태안성당 성가대) 외로는 다른 손님은 아무도 없는 것을 보자니 또다시 울화가 치밀더군요. 우리는 여러 가지 부대(附帶) 음식들을 즐기고 우럭 회와 우럭 매운탕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기름부대의 대규모 침입을 당하지 않고 소규모 부대의 산발적인 출현을 효율적으로 제거해버린 안흥항마저 영업 피해를 보고 있는 현실을 억울해하면서도, 태안반도의 기름재난 속에서도 안흥항에서는(안흥항 밑의 모든 근흥면, 남면, 안면도의 해변에서는) 아무 문제없이 생선회를 먹을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을 한껏 확인하며 또 한 번 신나게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식사를 마친 다음 우리는 연포와 채석포 해변 길을 밟아보았습니다. 이런 일에서도 내 12인승 승합차는 유용한 물건이었지요. 연포와 채석포 해변도 한산하고 썰렁하더군요. 크리스마스날의 연포와 채석포 해변이 이럴 수가 있다니…! 하지만 우리는 울화 속에서 한탄을 삼키면서도 연포와 채석포의 바닷물은 깨끗하다는 사실을 눈으로 거듭 확인하면서, 하루빨리 태안반도의 모든 해변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한산한 해변 길을 밟고 태안 읍내로 돌아오는 내 승합차 안에서…! ▲ 안흥항 모습 태안성당 성가대는 크리스마스날 점심 회식을 안흥항에서 하며, 기름유출의 간접 피해를 크게 입고 있는 안흥항의 빠른 '회복'을 간절히 기원했다. ⓒ 지요하 기름피해 2007.12.26 15:16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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