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들은 그냥 잠만 자는 게 아니다.
배롱나무는 백일 내내 피고 지는 예쁜 꽃나무라고
두꺼운 볏짚 방한복을 얻어 입고
아름다운 꽃들을 피울 태몽을 꾸며 애완견처럼 잔다.
느티나무, 벚나무들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집 앞을 지키는 개처럼 떨고 있고 있는 것 같지만
봄에 피울 잎을 마련하며 선잠을 잔다.
빨간 열매를 달고 있는 산수유는
황량하게 빈 가지는 바람에 흔들리지만
조춘에 필 꽃망울들을 품속에 품고 선잠을 잔다.
산에 있는 소나무들은
눈보라 세찬 바람 인고의 겨울 동안
검은 색 나이테를 새겨 세월을 기록한다.
오백 살 먹은 혹부리 느티나무 영감은
죽은 듯 잠만 자는 것 같지만
참새들을 가지에 태우고 요람처럼 흔들며 잔다.
겨울나무들은 겨울 동안 그냥 잠만 자는 것이 아니다.
조물주가 시킨 일들을 어김없이 한다.
07-12-23
Nicos - The Train Leaves At E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