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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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미경 | 작성일2007-12-31 | 조회수1,466 | 추천수16 | 반대(0) 신고 |
2007년 12월 31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
The Word became flesh
and made his dwelling among us, and we saw his glory, the glory as of the Father’s only-begotten Son, full of grace and truth. (Jn.1.14)
제1독서 요한 1서 2,18-21
복음 요한 1,1-18
요즘 연말이어서 그런지 계속해서 술자리입니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안마시던 술을 마시다보니 새벽마다 갈등입니다. 눈이 떠지지 않을 정도로 피곤함을 느끼는 상태에서 ‘새벽 묵상 글을 써야 하는가? 아니면 피곤한데 오늘은 하루 그냥 재껴버릴까?’라는 갈등이 생깁니다. 오늘 새벽역시 마찬가지였지요. 어제는 바쁜 주일을 마치고 청년들과 함께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졌답니다. 그리고 밤 11시나 되어서야 술자리가 끝났지요. 그 전날도 늦게까지 술을 마셨었기에 더욱 피곤하였습니다. 또 다시 갈등이 생깁니다.
‘일어날까? 말까?’ 억지로 눈을 비비고 일어나 책상 위에 앉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복음 말씀을 읽고 묵상하려고 하니 졸음만 옵니다. 머리는 무거워서 도저히 써지지 않습니다. 1시간만 더 잘까? 하지만 잠시 뒤에 새벽미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자면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컴퓨터를 켜고 새벽 묵상 글의 제목이라도 써두려고 ‘2007년 새벽을 열며’라는 문서 파일을 열었습니다. 그 순간 하단에 표시되는 이 문서의 쪽 수를 볼 수가 있었습니다. 468쪽. 2007년 한 해 동안 썼던 ‘새벽을 열며’라는 묵상 글의 페이지 수가 자그마치 468페이지나 된다는 것입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400페이지가 넘는 소설책을 읽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기억할 때, 부족하기만 한 내 자신이 한 해 동안 400페이지가 넘는 글을 썼다는 자체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이 묵상 글이 2001년부터 시작되었으니, 지금까지 쓴 글이 모두 2,600페이지가 넘는다는 것이지요. 사실 2001년에 처음 시작할 때에는 과연 얼마나 갈까 했었지요. 부족하고 끈기 없는 내가 과연 얼마나 쓸까 싶었습니다. 한 100페이지 정도 쓰면 이제 더 이상 쓸 말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하루에 한 장, 두 장 쓴 것이 이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매수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나아간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2007년의 마지막에 서있는 오늘, 요한 복음사가는 한 처음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바로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갖지 말고, 처음이라는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시작을 해야 내가 원하던 것들을 이룰 수 있는 기틀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12월 31일. 2007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아쉬움도 많고 후회되는 일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거에 연연하는 우리들을 주님께서는 원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들을 주님께서 원하신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2008년을 맞이할 준비를 합시다. 마음에 새기는 글(‘좋은 글’ 중에서)
"빨리"의 "ㅃ"을 썼다가 지우고
"천천히"의 "ㅊ"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빨리 해야 할일 같았지만 다시 생각하니 천천히 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려움"의 "ㄷ"을 썼다가 지우고 "평화"의 "ㅍ"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시작하려는 일이 두려웠지만 다시 생각하니 내가 성실과 친절로 일하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미운" 사람의 "ㅁ"을 썼다가 지우고 "사랑"하는 사람의 "ㅅ"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그를 미워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니 나는 그를 깊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절망"의 "ㅈ"을 썼다가 지우고 "희망"의 "ㅎ"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이제 더 남은 것이 없는 줄 알았지만 다시 생각하니 아직도 내게는 너무나 많은것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복수"의 "ㅂ"을 썼다가 지우고 "용서"의 "ㅇ"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내게 있는 모든 걸 걸고 복수를 하기로 했으나 그보다는 용서가 더 아름답고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자 내 마음이 갑자기 기뻐졌습니다 "불만"의 "ㅂ"을 썼다가 지우고 "감사"의 "ㄱ"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세상의 모든것이 불만스러웠으나 다시 생각하니 그 안에는 보석보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들이 셀 수 없이 많아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별"의 "ㅇ"을 썼다가 지우고 "기다림"의 "ㄱ"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쉬운 방법인 이별을 택하려 했으나 다시 생각하니 힘들지만 기다림이 아름답다는 쪽으로 내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김광민 - The Last Leaf(마지막 잎새)
Belov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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