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것이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듯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김종길, <설날 아침에>)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때 꼭 한 번 읽어보는 시다. 각박한 현실에도 착하고 슬기롭게 살자는 시인의 마음에 공감이 간다. 한 해의 마지막 날, 2007년이 오늘로 끝이다. 그러나 하느님 안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는 의미가 없고 마침과 시작이라는 시간이 서로 맞닿아 있다. 하느님께는 천년도 하루 같다. 이처럼 하느님과 인간의 시간 계산법은 전혀 다르다.
하느님의 시간은 사랑이고 영원한 생명이다. 하느님은 주님을 믿는 사람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려고 말씀이신 성자를 이 세상에 보내셨다. 하느님의 말씀은 구원과 영원성을 띠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들에게 절망과 좌절은 있을 수 없다. 희망과 꿈만이 존재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시간은 사랑만 하면서 살기에도 부족하다. 그런데 그 시간을 미움과 증오로 얼룩지게 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용서는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의 능력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님의 은총이 필요하다. 이제 다시 한 번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내고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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