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길 신부(청주교구 봉방동 천주교회)
◆그리스도를 기다리던 유다인들이 세례자 요한한테 사람들을 보내면서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이 질문 속에는 ‘세례자 요한이 그리스도가 아닐까?’ 하는 시대적 바람이 들어 있다. 그의 예언자적 삶과 거침없는 선포, 큰 무리의 추종자 등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을 것이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서슴지 않고 그리스도가 아니라고 고백한다. 그들의 기대를 한순간에 꺾어버리고 만 것이다.
과연 우리는 자신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살아가는가? 아니면 포장된 모습, 또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나’ 아닌 모습으로 살아가지는 않는가? 예수님이 그토록 책망하던 바리사이와 율법학자가 그랬다. 그들은 율법주의라는 틀 속에서 남에게 경건한 이로 비춰지며 스스로도 그렇게 믿고 살아간다. 그들을 향한 예수님의 모진 질책은 ‘거짓’을 깨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남을 속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마저 속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바로 ‘거짓의 사람들’이다.
얼마 전 방송을 통해 ‘시한부 종말론자들의 절규’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사이비종교의 실상을 보도한 것이다. 일흔이 넘은 고령의 목사가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신도들을 집단 농장에서 부려먹으며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목사는 자신이 하느님의 계시를 직접 받으며 머지않아 세상의 종말이 다가온다고 설교했다. 목사 개인을 하느님과 같은 위치에 놓고 성경을 함부로 해석하는 이는 전형적인 ‘거짓의 사람들’이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오.” 세례자 요한의 솔직한 대답은 끊임없이 ‘거짓’으로 포장하려는 우리 자신을 성찰하게 한다. 그런데 가면을 벗기기는커녕 오히려 씌우려 하니 삶의 진지한 성찰과 변화가 있을 리 없다. 무엇보다 사제를 예수님처럼 대하는 신자들 앞에서 점점 익숙해 가는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다. 나도 어느덧 ‘거짓의 사람들’ 무리에 속해 살아가지는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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