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하느님의 자녀입니다."(1요한 3,1)
"나는 이분이 누구신지 몰랐다."(요한 1, 31.32)
"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 저기 오신다."(요한 1,29)
1. 나는 누구인가?
신학교 처음 들어갔을 때, 교수 신부님이 "나는 누구인가?" 열 가지로 정의해 보라고 하였다. 이름자부터 누구네 몇째 아들, 어느 학교 출신 등 주섬주섬 섬겨봐도 열 개를 채우기가 쉽지 않았다. 또 그 열 가지로 표현된 나는 진짜 나라고는 할 수 없었다. 우리 인생의 화두는 <나는 누구이며, 또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가?> 하는 두 가지 존재론적인 질문을 찾아나서는 여정이다. 그런데 내가 누구인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하느님이 누구신지를 잘 아는 사람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도 잘 알 수 없는 법이다.
2. 우리는 누구인가?
그런데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누구인지보다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나는 우리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요한 복음사가는 이에 대한 답을 명쾌히 내려주고 있다. <내가 누구냐?>는 질문에 <우리는 과연 하느님의 자녀입니다>고 답한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을 명확하게 깨달은 사람은 이제 하느님이 누구신지를 분명하게 알게 된다.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내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니???
내가 하느님의 딸이라니???
이 얼마나 기가막힌 일인가?
이 얼마나 가슴벅찬 선언인가?
이 얼마나 고귀한 신분에로의 초대인가?
성탄의 신비는 바로 하느님께서 내가 누구인지를 벅찬 감동으로 가르쳐주시는 기적이다.
3. 그분은 누구신가?
요한은 자신도 처음에는 그분이 누구신지 몰랐다고 거듭해서 증언한다. 그런데 그분이 누구신지 알게 되었다고 선포한다. 그분은 곧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시라고... 이러한 깨달음은 우리가 곧 하느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올바로 인식하고 그 정체성에 걸맞게 살아감으로써 자연스레 얻게 되는 은총이리라. 이제 내가 하느님의 자녀라면 그분은 곧 나의 아버지이시며 예수는 세상의 죄를 없애시려 파견된 아버지의 겸손한 종이요 그러기에 나의 맏형인 것이다.
4. 나의 소명은 무엇인가?
나는 이제 나의 맏형인 예수 그분처럼 세상의 죄를 없애는데 일조를 해야만 하는 소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작은 예수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기도하자.
주님, 저로 하여금 세상의 죄를 없애러 오신 당신 아드님을 닮아
세상에 죄를 더하는 자 되지 않게 하시고
세상의 죄를 조금이라도 덜어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자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당신의 자녀로서 불리기에 손색없는 자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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