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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4일 야곱의 우물- 요한 1, 35-42 묵상/ 함께 묵는다는 것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04 조회수505 추천수5 반대(0) 신고

함께 묵는다는 것

그때에 요한이 자기 제자 두 사람과 함께 그곳에 다시 서 있다가, 예수님께서 지나가시는 것을 눈여겨보며 말하였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그 두 제자는 요한이 말하는 것을 듣고 예수님을 따라갔다. 예수님께서 돌아서시어 그들이 따라오는 것을 보시고, “무엇을 찾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이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 하고 말하였다. ‘라삐’는 번역하면 ‘스승님’이라는 말이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와서 보아라.” 하시니, 그들이 함께 가 예수님께서 묵으시는 곳을 보고 그날 그분과 함께 묵었다. 때는 오후 네 시쯤이었다. 요한의 말을 듣고 예수님을 따라간 두 사람 가운데 하나는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였다. 그는 먼저 자기 형 시몬을 만나,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하고 말하였다. ‘메시아’는 번역하면 ‘그리스도’이다.
 
그가 시몬을 예수님께 데려가자, 예수님께서 시몬을 눈여겨보며 이르셨다. “너는 요한의 아들 시몬이구나. 앞으로 너는 케파라고 불릴 것이다.” ‘케파’는 ‘베드로’라고 번역되는 말이다.
(요한 1,35-­42)
 
주영길 신부(청주교구 봉방동 천주교회)
◆몇 해 전 지인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이 진로를 선택하지 못하고 자꾸 방황한다는 내용이었다. 죄송스럽지만 사제관으로 아들을 보내 며칠 묵게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조금 망설이다가 좋을 대로 하라며 청을 받아들였다. 시골 본당 사제관 생활은 뻔하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며칠 동안 함께 밥해 먹고 산책도 하며 미사도 했다. 성당 생활이 지루했는지 아니면 깨달은 것이 있는지 일주일도 안 되어 돌아간다기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첫 제자를 부르시는 장면이다. 공관복음과는 달리 요한복음은 제자들이 예수님을 찾아 나선 것으로 묘사한다.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라 나섰고 그분과 함께 하룻밤을 묵는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묵는 동안 무엇을 보았을까? 아마도 그분과 하룻밤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그 밤이 지났을 때 안드레아는 자기의 형 시몬에게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하고 고백한다. 예수님과 묵는 동안 제자들은 그분이 메시아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가끔 동창 신부들과 휴가를 맞춰 떠난다. 속속들이 서로 안다고 자부하는 사이인데도 여행하다 보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식사에 앞서 메뉴를 정하는 것부터 여행 계획, 숙소도 서로 뜻을 맞추어야 한다. 여행의 피로가 몰려와 지칠 때는 서로 짜증을 부리기도 한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묵는 것이 어찌 편하기만 하겠는가?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면 ‘다음 여행은 홀가분하게 혼자 떠나리라.’고 다짐하지만 휴가 때만 되면 다시 동창 신부들을 찾게 된다.
 
‘함께 묵는다.’는 것은 삶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격적 친교를 나누는 것이다. 결국 서로의 삶 안에 온전히 머무는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머물기를 바라신다. 번잡한 일상과 걱정을 뒤로한 채 세상일에서 눈과 귀를 닫을 때 우리에게 찾아오신다. 하루 가운데 주님과 머무는 둘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마음의 문을 열고 그분을 맞이한다면 우리도 안드레아처럼 고백할 수 있다.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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