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거룩한 가정-♤ / 이제민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06 조회수731 추천수8 반대(0) 신고
    ♤-거룩한 가정-♤ 예수마리아요셉의 가정. 이 가정이 성가정인 것은 우리에게 너무도 당연히 받아들여진다. 예수님도 마리아도 요셉도 다 거룩하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이 가정을 이루니 당연히 성가정이다. 그런데 이 가정의 표면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우리는 성서 어디에서도 마리아와 요셉이 다정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마리아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요셉은 그저 조용히 마리아 곁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을 정도이다. 헤로데가 아기를 죽이려고 하였을 때도 서로 걱정을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두 사람은 천사가 시키는 대로 그저 조용히 이집트를 향하여 떠난다. 그렇게 12살 된 아들 예수를 잃었을 때도, 찾았을 때도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은 없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엿볼 수 없다. 대화 없는 가정. 그런 가정을 성가정이라 할 수 있을까? 무엇이 그들의 가정을 성가정이라 부르게 하는가? 무엇이 이 가정을 거룩한 가정으로 만드는가? 우리가 이 가정을 성가정이라 하면서 본받으라 한다면 무엇을 본받으려는 것인가? 침묵. 마리아와 요셉의 침묵에서 거룩함을 느낀다. 그들의 침묵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며 포옹하는 마음을 읽는다. 얼마 전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조각가 장동호의 작품 성가정상을 인상 깊게 감상한 적이 있다. 이 조각은 정면에서 볼 때 어머니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사랑스런 얼굴로 품에 안고 있다. 그런데 작품의 제목이 성가정인데도 막상 요셉은 보이지 않는다. 요셉은 어디 있을까? 그러고 나서 작품을 한 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의 품 아래로 못 생긴 커다란 두 손이 보인다. 그 손을 따라 작품의 뒤로 가면 마리아의 등 에 얼굴을 옆으로 살포시 기대어 모자를 크게 감싸 안고 있는 요셉이 보인다. 요셉은 정면에 나서지 않는다. 아버지의 침묵이 고요히 흐르는 집,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침묵 속에서 보호와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집. 이 침묵에서 이 가정의 성스러운 분위기가 흘러나온다.(인생낱말사전, 성가정, 침묵 참조) 그들의 침묵에서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읽는다. 그들의 언어에서 자기의 언어를 절제하고 성령의 언어로 말하는 마음을 읽는다. 서로는 서로에게 성령의 궁전이었다. 서로는 서로에게 성령을 느끼게 해주는 성령의 집이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제2 독서에 따라 말하자면 거룩함을 느끼게 하는 성가정은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게 하는 가정이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이다. 남편은 아내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는가, 아내는 남편이 자기를 사랑하고 있는가 하고 물으며 사랑을 확인하고 요구하기 전에, 남편은 자기가 아내에게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인가 물어야 하고, 아내 또한 자기가 남편에게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인가 고심하는 가정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입어야” 할 것이다.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 주고 서로 용서해 주어야” 한다. (콜로 3,12-13) 그리스도의 평화가 자기 마음을 다스리게 해야 한다.(콜로 3,14) 서로에게 감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콜로 3,15) 서로에게 감사를 느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남편은 아내가 지금껏 자기와 살아 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감사를 표해야 하고 아내도 남편이 자기와 함께 살아준 것을 고맙게 여기며 감사를 표해야 한다. 그리하여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시편과 찬미가와 영가를 불러 드릴” 수 있어야 한다.(콜로 3,16)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발하며 아내 때문에 하느님께 시편과 찬미의 노래를 부르고,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발하며 남편 때문에 하느님께 찬미의 노래를 부르는 가정은 행복하다. 이런 가정은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하고 남편은 아내를 사랑한다. 여기서 순종은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종속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200주년 신약성서주해). 이는 서로를 자기의 소유물처럼 대하지 않을 때 가능할 것이다. 바오로는 자녀들에게 부모에게 효도하라고 하면서 아버지에게는 자녀들을 들볶지 말고 그들의 기를 꺾고 말라고 당부한다.(콜로 3,21) 자녀들의 기를 살려주라는 것이다. 기를 살린다는 것은 자녀들이 아무데서나 자기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원천의 생기를 북돋아 주라는 말이다. 이 모든 일은 주님의 말씀을 가정 안에 모실 때 가능할 것이다. “그리스도의 말씀이 가정에 풍성히 머무르게 하라.”(콜로 3,16) “말이든 행동이든 무엇이나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면서, 그분을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려라.”(콜로 3,17) 이렇게 주님의 언어로 말하는 주님의 마음에 드는 가정, 이런 가정이 성가정이다. - 이제민 신부님 -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