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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면의 상처와 분노를 관리하지 않으면-판관기55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09 조회수553 추천수7 반대(0) 신고

내면의 상처와 분노를 관리하지 않으면-판관기55

<생명의 말씀>
 에브라임 장정들이 모여 요르단강을 건너 사본으로 와서 입다에게 항의하였다. "네가 암몬 사람들과 싸우러 건너 갈 때에 우리도 불러 함께 출전하지 않았으니, 어찌 그럴 수가 있느냐? 우리가 네 일족을 불에 태워 죽이리라." 입다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내가 내 백성을 거느리고 암몬 사람들과 격전하기에 앞서 나는 와서 도와 달라고 너희를 불렀다. 그러나 너희는 그들의 손아귀에서 우리를 건져 내려고 하지 않았다. 너희가 아무도 나를 도우러 오지 않는 것을 보고 나는 목숨을 내놓고 암몬 진지로 쳐들어 갔다. 그러나 야훼께서는 그들을 내 손에 붙여 주셨다. 그런데 어찌하여 오늘 너희가 나에게 와서 도리어 싸움을 거느냐?" 입다는 길르앗 전군을 이끌고 에브라임과 싸워 에브라임을 격파하였다. 길르앗 사람들은 에브라임 사람들에게 조롱을 받는 처지였다. "에브라임에서 도망친 길르앗 놈들, 에브라임과 므나쎄 사람들 속을 떠도는 놈들" 이라는 말을 들어 왔던 것이다. 길르앗군은 에브라임 지역의 요르단강 나루를 차지하고 에브라임 사람이 도망치다가 건네 달라고 하면, 에브라임 사람이냐고 묻고 아니라고 하면 "쉽볼렛" 이라고 말해 보라고 하고 그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십볼렛" 이라고 하면 잡아서 그 요르단강 나루턱에서 죽였다. 이렇게 하여 그 때 죽은 에브라임 사람의 수는 사만 이천이나 되었다. 길르앗 사람 입다는 육 년 동안 이스라엘의 판관으로 있다가 죽어 길르앗에 있는 자기의 성읍 미스바에 묻혔다 (판관기 12:1-7)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입다는 창녀의 자식이라고 천대받던 인생을 살다가 하느님께서 주신 인생역전의 기회를 잘 잡아서 암몬군을 물리치고 길르앗 전지역의 통치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고 경솔한 서원으로 인해 자신의 외동딸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전쟁에는 승리했지만 입다의 마음이 결코 편하거나 평화로울 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때 에브라임 사람들이 새로운 지도자 입다에게 시비를 걸어옵니다. 정작 싸워야 할 때는 팔짱 끼고 가만히 있다가 승리가 결정나면 왜 부르지 않았느냐고 시비를 거는 것입니다. 기드온이 300용사를 이끌고 미디안 대군을 격파했을 때도 똑같은 방식으로 기드온에게 시비를 걸어왔던 에브라임 사람들이 이번에는 입다에게 또 시비를 걸어 온 것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맹주로서 대접은 받고 싶어하면서도 피땀 흘리며 수고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지요. 가나안 정복의 주역인 여호수아가 속한 지파로서 가나안 지역의 맹주임을 자부하는 에브라임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새로운 지도자가 나온다는 것에 대한 상당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입니다.

미디안 대군을 격파했던 기드온은 시비를 걸러온 에브라임 사람들을 추켜 세웠고 또 그들에게 전리품을 취할 수 있게 해 주며 내전을 피하는 지혜로운 선택을 했지만 입다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암몬군을 격파하긴 했지만 소중한 외동딸을 잃은 슬픔과 분노는 회복되기 어려운 상처를 그의 마음에 남겨 놓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내적 고통 가운데에 있는 입다에게 에브라임 사람들의 거만하고 염치 없는 말과 행동은 속된 말로 입다의 뚜껑을 열리게 했을 것입니다. 억압된 분노의 출구가 열린 것입니다.  

이 일로 입다는 곧장 길르앗 사람들을 동원해서 에브라임을 격파하고 에브라임 남자를 사만 이천 명이나 죽였습니다. "에브라임에서 도망친 길르앗 놈들, 에브라임과 므나쎄 사람들 속을 떠도는 놈들"이라는 말을 보면 단순히 입다의 분노로만 이 큰 비극이 초래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에브라임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살아왔던 길르앗 사람들의 복수심도 크게 한 몫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상처나 열등감, 분노가 그 마음 속에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조건이 갖추어지면 반드시 튀어 나와서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것을 인식하고 관리하지 않을 때 개인적 차원에서나 공동체적 차원에서나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지도자의 경우 그 마음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지도자는 공동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어서 그 상처와 분노도 어떤 방식으로든 드러나고 그것이 공동체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를 보면 입다 개인의 분노와 상처가 길르앗 사람 전체의 열등감과 결합하면서 그 반응이 폭발적으로 일어나서 이스라엘 민족 전체에 엄청난 비극이 초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약의 바울로도 디모테오에게 인간 관계나 심리 상태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지도자로 뽑지 말 것을 당부했던 것입니다. 상처가 깊으면 깊을수록 그 상처에서 나오는 힘 또한 강합니다. 그러나 그런 힘은 대체로 좋게 쓰기가 어렵습니다. 지도자가 자기 상처를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언제나 말씀이신 하느님과 일치해 있는 것 그리고 자기 약점을 잘 알고 그것에 깨어 있는 것입니다.

판관 입다는 암몬군을 격파하는 큰 공을 세우기는 했지만 민족 내부의 비극도 만들었습니다. 하느님께 큰 공을 세운 사람이 잠시 후에 큰 비극을 만들었다는 것이 좀 황당합니다. 그러나 입다 이후 판관기 이야기는 정말 더 황당한 이야기로 구성됩니다. 이스라엘 역사에 엄청난 암흑이 드리워졌던 시기의 이야기를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등장하게 될 황당한 판관 그리고 황당한 백성들의 이야기를 현대를 사는 우리의 이야기로 새겨 듣는 지혜로움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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