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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10) 할아버지 신부님 안녕하세요?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1 조회수565 추천수4 반대(0) 신고
 

2003년 12월 19일 대림 제3주간 금요일 ㅡ판관기13,2-7.24-25;루가1,5-25ㅡ

 

         (10) 할아버지 신부님 안녕하세요?

                                 이순의

 


ㅡ꿈ㅡ

할아바이 잘 계시는가?

할아바이 뵈온지가 그새 일 년 되야뿌렀네. 잉!

은퇴하신 뒤로 꼭 한번 뵈러 가고 싶었는디 여력이 안되아 뿔다가 작년 대림 때야 가서 뵙게 되었지 않었는가?

할아바이!

뭐 할라꼬 현관에서 신발 신고 나올 때 "너는 인제 고만와라."꼬 해 뿌렀는가?

말이 씨가 되야 뿌러서 평생 못 가게 안 되야 뿌렀는가?!

참말로 야속 안 헌가?

 ’내년에도 꼭 와라’고 허셨써야제 액땜을 했을거 아닌가?

오늘 독서와 복음이 워째 비몽사몽의 꿈같은 현실을 말씀허셔서 할아바이가 우리 본당에 계실 때게 꾼 꿈 야그를 해 디리고 싶어서!

이 꿈 야그 들으먼 재미있을 것인께 잘 들어봐.잉  

쫌 친하게 살았쓰먼 사분사분 재미시럽게 야그를 해 디렛을 것인디 할아바이는 내 할아바이만이 아니라 우리성당 형제자매 전체의 할아바이니께 독점을 못 허고 인자 독점이 될 것 같아서 해 디린께 잘 들어봐.잉

그라고 해몽도 쪼까 해봐 .잉

 

어느 날 미사참례를 하러 아들과 함께 성당에를 갔습니다.

그런데 성당에 교우들이 한 명도 오지를 않았습니다.

미사가 없는 줄 알고 서성대는데 누군지는 모르지만 미사가 있으니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교우들은 한 명도 오시지를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축일 때나 입으시는 황금색 다이아몬드 줄무늬가 있는 제의를 입으시고 할아버지신부님께서 입장을 하시는 겁니다.

우리성당 전체 색깔과 분위기가 많이 어두운데 신부님의 제의가 텅 빈 그 성당을 황금색으로 꽉 채우는 겁니다.

꿈속에서도 너무 황홀 하고 좋은데 왜 교우들이 이렇게 황홀한 미사에 참례하지 않는지 안타까워했습니다.

저하고 아들아이하고 둘이서 그야말로 독점된 미사의 영광을 송두리째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사의 최고 절정인 영성체 모실 시간이 되었습니다.

꿈에도 저는 욕심스런 생각을 했습니다.  

"미사참례신자가 둘 뿐이니까 양형영성체로 좀 해 주시려나?"

그런데 그렇게 온 성당을 꽉 채운 황금색 줄무늬 제의를 벗어버린(언제 벗었는지 벗는 장면은 안보임)검정색 수단의 할아버지신부님께서 평소대로 제대에서 내려오셔서 제대 앞으로 나오시는 겁니다.

양형영성체를 바랬던 저는 빈손으로 내려오시는 신부님께서 교우들이 참석을 안 해서 성체 분배를 생략 하신 줄 알고 너무 섭섭해 하며 제 아들하고 집에를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미사가 끝난 것이 아니고 신부님께서 성체 분배를 받아 성체를 모셔야 한다는 겁니다.

분명히 미사 집전은 신부님 혼자서 하셨는데 너무도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미사 중이니까 조심스럽게 속삭이며 제 아들에게 "보좌신부님께서 일부러 오셔서 성체를 분배 하시려나 보다."고 속삭였습니다.

그런데 성체를 분배하고 영해 주시는 할아버지신부님만 뵙다가 성체 분배를 기다리시는 할아버지신부님의 모습이 너무나 경건 되고 정숙하셔서 이상한 미사에 얼떨떨해 하던 우리도 자세를 고치고 바르고 정중하게 할아버지신부님의 흉내를 냈습니다.

그런데 검정색 수단을 입고 너무나 경건하게 서 계시는 할아버지신부님께 성체를 주러 나오는 사람은 어린 제 아들이었습니다.

황금색 다이아몬드 무늬가 온 제대를 꽉 채우고, 키가 작아서 어린왕자의 망토자락처럼 길게 끄집으며 어린 신부님이 성합을 들고 아주 예쁜 미소를 띠며 천천히 다가와 유난히도 더 검게 보이는 수단을 입으신 할아버지신부님 앞에 서는 거예요.

할아버지신부님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 어린 사제에게 자상하고 애정 어린 미소를 보내며 두 손을 포개어 내밀고 계시는 거예요.

제 아들 신부님은 그 손에 성체를 놓고 ㅡ그리스도의 몸ㅡ 이라고 말하고, 신부님은 ㅡ아멘ㅡ 이라고 대답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연로하신 백발의 할아버지신부님과 솜털이 보송보송한 유소년인 제 아들이 서로 마주보고 계시는데 그 눈빛이 스파크가 일어나서 성당이 불에 타버릴 지경인겁니다.

그걸 보는 제 마음은 어찌 할 바를 모르게 좋은 겁니다.

그리고 절정의 장면에서 그만 꿈이 깨 버렸습니다.

꿈을 깨서 얼마나 행복 한지 한동안 다시 잠들지를 못 했습니다. 아들신부에게 성체를 받아보지 못한 아쉬움도 너무 크고요.

 

할아바이 어찐가? 재밌제? 재밌제? 재밌제? 진짜 재밌제? 잉

다음 날 미사를 갔는디 성당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당께.

꿈에 뵌 신부님과 달리 할아바이는 여전히 시큰둥(?)하시고!

그날 하루 종일 별 볼일이 없었당께. 그때 복권이라도 한 장 사 볼 걸 잘 못한 것 같어!

오늘 복음에서도 즈가리아는 인간적인 생각으로 천사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가? 잉

사람이 예나 지금이나 하느님 맴을 모르는 것은 똑 같은 거 같어. 그래도 하느님은 한결 같이로 우리를 조상대대로 보살피시고 있쩨!

지는 말이여 그 꿈꾸고 혹시나 아들의 성소에 뭔 콩고물이라도 떨어질랑가 허고 생각해 봤당께.

그란디 요놈이 요새 할아바이 기시던 때 맹키로 애기가 아니고, 할아바이 맹키로 훌쩍 컸당께.

커뿌린께 지집애랑 사귀니라고 위태위태 혀서 내 속아지가 썩어문드러 안 져뿌리는가!

아마 사춘기인께 첫사랑이라는 그 미묘한 공부를 허고 있는 것 같어!

그런 공부도 해야 크것지만서두 그놈이 믿는 하느님이 기시니께 내는 하느님을 더 믿는당께.

그 놈은 못 믿어도 그놈이 잘 못된 길로 가면 하느님이 천벌을 내려서리 콱 꼬꿀려서 처 박아뿌릴 것이라고 믿제. 잉

그래도 내한테 주신 몫이 있는디 아무리 생각해도 내는 하느님 뜻이 뭔지를 모르니께 그냥 막 잔소리만 허다가 하루해가 저물어뿌러.잉

할아바이!

우리는 너무나 나약한 존재여. 잉

즈가리아의 입을 닫는 것도 하느님 맴이고 그 입을 여는 것도 하느님 맴인께 희망이 어디 있것는가?

모든 것이 다 하느님이 희망이시제.

그냥 욕심이로 마음 안 더럽힐라고 노력허고 세상근심에 시꺼먼 속아지 비울라고 노력허먼서 살아야제.잉

그 비운다는 것이 즈가리아처럼 한번에 툭 터져서 모든 것이 열리먼 얼매나 좋것는가 마는 그 또한 주님 맴인께 주님 뜻대로 기다려야 것제.

할아바이!

건강은 어쩌신가? 몇일 전에 성당사무실에가서 안부 여쭈었더니 잘 계신다고 허더구먼.

죄 많은 내레 쪼매 쉬고 있지만 서도.......

우선 건강이 나빠서 기침이 계속되고 있으니 쉬어야 하고 지친 마음도 추스려야 하고.......

당분간은 나 허고 잡은 대로 살고 있어야 것네. 그것이 또 주님의 뜻이라고 여기면서 말이여!

할아바이!

내레 죄가 많지만 죄 많은 사람이 우리 교회에 속해 있다는 것이 너무너무 좋아서리 선택 해 주신 주님 은총에 탄복 허면서 안 사는가!

우리 교회를 사랑하고, 신부님들, 수녀님들, 교우들, 모두모두 얼매나 사랑허는지 할아바이는 알고 계시리라고 믿네!

할아바이 건강혀.잉? 기도 해께. 꼭 건강허게 살다가 주님이 오라고 허먼 잠자듯이 가야되야. 알제?!

안녕                          ㅡ그 가시네 올림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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