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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세례 축일 / 조재형가브리엘 신부님
작성자신희상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2 조회수694 추천수7 반대(0) 신고
 

 
 
주님 세례 축일
조재형가브리엘 시흥5동성당 주임신부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금요일에는 보라매 병원에서 할머니 한분께 세례를 주었습니다. 투병 중이었고, 기도를 드리는데 눈물을 흘리시며 세례를 받고 싶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며느리도, 아드님도 열심한 신자분이기 때문에 할머니에게 세례를 주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딸이 혼배를 하는데 남편 될 사람이 신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명동 성당에서 혼배를 하는데 신부는 영성체를 하고 신랑은 성체를 모시지 못하는 것이 맘에 걸린다고 신부님이 그냥 세례를 줄 수 없겠느냐고 하십니다. 그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세례가 혼배성사 때 구색 맞추기 위해서 주는 것은 아니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도 맘 딱 먹고 세례를 준다면 아마도 그 자매님은 나를 고마워할 것이고, 그 신랑도 성체를 모시는 은총으로 확 바뀌어 열심한 신자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때는 세례를 줄 수도 없고, 줄 위치도 아니었기 때문에 본당 신부님과 상의하라고 했었습니다. 어찌 될는지는 모르지만 세례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했었습니다.
 
예전에 성지순례를 갔을 때의 일입니다. 개신교회에 다니는 자매님께서 천주교회를 다니는 언니와 함께 성지순례를 왔었습니다. 기도 생활도 잘하고,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를 하는 전형적인 열심한 개신교회 신자였습니다. 언니는 동생 못지않게 열심한 천주교신자였습니다. 남편과 함께 성물 판매소를 하고 있으며 신앙생활이 없는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성체를 영하는데 동생은 영성체를 할 수 없었습니다. 세례를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에 있는 겟세마니 동산서 기도를 하고 예수님께서 기도하셨다는 동굴에서 겟세마니 동산의 예수님 그림을 보고 그 동생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로마에서 라떼라노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는데 언니가 조용히 이야길 합니다. 동생이 세례 받기를 원하는데 주면 어떨까요?
 
순간 생각했습니다. 저 열심한 개신교 신자가 지금 마음이 흔들릴 때 세례를 주고 천주교로 확 끌어 들일까! 하지만 다시 생각했습니다. 돌아가서 본당에 가서 교리를 받고 세례를 받으라고, 그 동생은 정말 열심히 교리를 배웠고 성탄 무렵에 헬레나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아마도 언니에 뒤지지 않는 열심한 신자가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교회에 다니는 분들 중에 천주교로 개종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 중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천주교 신자들은 한국이름이외에 서양 이름이 있는데 자기도 그런 서양이름을 갖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천주교에 와서 세례를 받았다고 합니다. 하긴 가브리엘, 베드로, 젬마, 헬레나, 루가 이런 이름이 있다는 것이 천주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멋있어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세례가 단순히 새로운 이름 하나 더 얻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세례란 무엇인가 생각을 해 봅니다.
오늘은 주님께서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저는 주님의 세례 축일을 지내면서 예전에 보았던 신문의 기사 내용이 생각납니다.
 
중국에서는 장군들이 매년 병사들과 함께 내무반에서 며칠 동안 함께 지낸다는 기사였습니다. 장군들은 군 생활을 오래하였지만 장군이 되면서 병사들과는 많이 떨어져서 지내게 되고 그래서 병사들의 고충이 무엇인지, 병사들의 분위기가 어떠한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국의 장군들은 매년 며칠씩 병사들과 함께 내무반 생활을 하고 병사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병사들과의 일체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체험이 장군들에게도 좋은 시간이 되고 있으며 병사들도 무척 좋아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국방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고 중국 장군들의 그런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의 장군들도 그런 체험을 할 것이라고 말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특권층’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됩니다. 그런 특권층은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특혜를 받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는 우리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분이셨습니다. 그분이야말로 ‘특권층 중에 특권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오늘 몸소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하느님의 아들이 살아가야 할 삶의 자세를 보여주셨습니다. 섬김을 받을 자격과 권한이 있지만 섬기려는 삶을 사시려는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런 예수님의 세례를 보시고 하느님께서는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길은 특혜를 받고 섬김을 받고 그래서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분의 삶은 갈대가 부러졌다하여 잘라버리지 않는 삶, 심지가 깜박거린다고 하여 등불을 꺼 버리지 않은 삶 이였으며 성실하게 바른 인생길을 걸어가는 삶 이였습니다.
소경들의 눈을 열어주고, 감옥에 묶인 이들을 풀어주고 캄캄한 영창 속에 갇혀 있는 이들을 놓아주는 삶이었습니다.
우리들 역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주님의 자녀가 되었고 주님의 자녀로서 권리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세례”가 곧 구원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례로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례는 이제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을 묵상하면서 세례 받은 신앙인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봅니다.
첫째, “바른 인생길을 가야합니다. 갈대가 부러졌다하여 잘라 버리지 아니하고, 심지가 깜박거린다고 하여 등불을 꺼버리지 아니해야하며, 성실하게 바른 인생길을 살아야합니다. 그래서 소경의 눈을 열어주고, 감옥에 묶여 있는 이를 풀어주는 이가 되어야합니다.”
둘째, 그러면서 오늘 세례자 요한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모든 영광과 기쁨은 하느님께로 돌리는 겸손함이 있어야합니다.
셋째, 하느님께서는 차별 대우를 하지 않으시고 당신을 두려워하며 올바르게 사는 사람이면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다 받아 주시듯이 세례를 받은 사람은 모든 이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할 용기와 신념을 가져야합니다.
잠시 묵상하겠습니다.
 


신의영광(베토벤) / 빈소년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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