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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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광자 | 작성일2008-01-15 | 조회수550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신뢰 주님,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말로는 몇 년 전부터 기도중에 그렇게 뇌까려왔습니다.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실은 전혀 모르면서도 신심이 돈독한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에서 그렇게 반추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저는 당신께 달려 있는 존재임을 제 생명이 당신 수중에 있음을 이제사 저는 알았습니다. 얼마나 큰 충격인지 모릅니다. 뇌 속에 있는 가느다란 혈관이 한가닥만이라도 끊어지면 저는 '안녕'을 고하겠지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처럼 약한 제 두뇌를 말입니다. 이토록 저는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입니까? 생각하는 것까지도 그렇습니까? 혼자서 무언가 생각하려 들면 그 심연에까지 당신이 계시다니... 정말 마음내키지 않습니다. 자신을 창조물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ㅡ실토한다면 자기 힘으로 태어난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선물이라면 왜 보내주신 걸까요? 제 손에서 앗아가시기 위한 것 같은데... 주님, 저는 아직 미완성품입니까? 아직 태아로서 시간이라는 모태에 감싸여 당신 자녀로 제일 먼저 태어나신 성자 곁에서 태어날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까? 만일 당신을 거절할 수 있다면, 제 자신이 창조된 존재임을 부정할 수 있다면, 안전하고 확실하며 후련한 기분일텐데. 그렇게 되면 저는 마냥 자유로워져 자기 생명의 근원을 당신께로 나아가 부탁하지 않아도 될텐데 말입니다. 우주가 독자적이고 특이한 '나'라고 하는 실재를 자아낸 것이라면 그 누구의 책임도 없이 그 누구에 대한 빚도 없이 해방되어 마음 닿는 곳까지 자유를 만끽하겠지만 이와 더불어 고독도 맛보겠지요. 왜냐하면 내 모든 힘은 사랑과 감사의 격류가 되어 원천인 당신께로 달려가야 하는 것. 그 힘을 자신에게 향해놓다니... 그건 당치도 않은 짓 아닙니까? 사랑과 희생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무지와 거절의 힘으로 이행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거짓없는 기도 W.브레오/표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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