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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6 조회수1,185 추천수25 반대(0) 신고
 
2008년 1월 16일 연중 제1주간 수요일
 
 
 
 When it was evening, after sunset,...
He cured many who were sick with various diseases,
and he drove out many demons,

 Rising very early before dawn,
he left and went off to a deserted place,

where he prayed.

(Mk.1.34-35)

 

 

제1독서사무엘 상권 3,1-10.19-20
복음 마르코 1,29-39
 
 
어제 우리 본당에는 지난 9일에 사제서품을 받은 새 신부님 두 분이 오셔서 미사를 봉헌하시고 안수까지 해 주셨습니다. 사실 이 두 신부님은 제가 사제서품을 받을 당시, 본당 신학생들이었지요. 즉, 같은 본당 출신의 신부님 두 분이 선배라는 저를 찾아 왔던 것입니다. 못난 선배를 찾아와 주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도 했지만, 제 자신의 모습을 다시금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답니다. 왜냐하면 저의 출신 성당에서는 제가 사제서품을 받은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새 신부님이 탄생하게 된 것이거든요. 즉, 얼마나 제가 못 살았으면 후배도 못 만들고, 또한 지금 있는 본당에도 예비신학생이 한 명도 없을까요?

바로 이쯤이면 되었다는 안일한 생각과 쉽게 포기해버리는 옹졸한 마음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주린 두 여행객이 어느 날 외딴 산길에서 빈집을 발견했습니다. 집 안에 들어가 보니 방이 텅 비어 있는데, 이상하게도 손이 닿지 않는 높은 천장에 과일 바구니가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두 사람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젖 먹던 힘까지 내서 손을 뻗어 보았지만, 아무리 해도 과일 바구니에는 손이 닿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한 사람이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고함을 지르더니 그 집을 뛰쳐나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한 사람은 부글부글 끓는 화를 꾹 눌러 참고 ‘분명히 무언가를 이용해서 높은 천장에 과일 바구니를 매달아 놓았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집 안을 샅샅이 뒤졌어요.

결국 그 사람은 방 한구석의 어둑어둑한 곳에서 사다리를 찾아냈습니다. 그러고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천장에 매달려 있는 바구니를 내려 맛있게 과일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만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말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자신의 소원을 이루려고 하겠지요. 그런데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일들만 해도 남들보다 많이 하는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성소자를 찾을 길이 없다면서 쉽게 포기하는 옹졸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삶을 따른다고 한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해서는 안 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밤을 지나 새벽이 되어서도 사람들이 예수님을 계속해서 찾을 정도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었지요. 따라서 마음만 먹으면 편안하게 사실 수도 있었습니다. 피곤하게 이곳저곳을 전교여행 다니실 것이 아니라, 이제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직접 찾아오게끔 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한군데에만 머물러 썩어가는 고인 물의 삶이 아니라 썩지 않고 계속해서 흐르는 물의 삶을 선택하십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이렇게 매순간 최선을 다하시는 예수님인데, 나는 과연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살고 있었을까요? 별로 노력도 하지 않았으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착각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최선을 다해 생활합시다.




내가 머문 자리는 아름답게(‘좋은 글’ 중에서)

새가 나뭇가지에 잠시 앉았다가 날아간 다음
그 나뭇가지는 한동안 흔들이며
날아간 새를 기억하는 것 같이 보입니다

이와 같이 저마다 지나간 자리에는
남기고 간 흔적들이 남게 됩니다

세월이 지나간 자리에는 제행무상을 남기고
봄이 지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열매가 맺기 시작하고

가을이 지나간 자리엔
알차고 풍성한 열매가 남게 됩니다

또 역사가 지나간 자리에는
인물과 유적이 남아서
업적을 남긴 사람은 위안으로 남고

부정한 일을 한 사람은 악인으로 남게 되듯이
이렇듯 인간이 지나간 자리에도
분명한 자취가 남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과연 어떤 모습으로 어떤 흔적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나려 하십니까?

내가 가지고 떠날 것은
많은 재산도 아니요 빈손도 아니요
이승에서 내가 지은 죄와 복의
단 두 자만 가지고 가나니

많은 재산은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보다
거룩하고 훌륭한 흔적을 자손들에게 물려주고
떠나는 아름다운 인간이 되기를 원합니다
 
 
 
 
“Let us go on to the nearby villages
that I may preach there also."
(Mk.1.38)


The Silver Veil - Bernward Koch

Unchained melody - Righteous Br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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