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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19일 연중 제1주간 토요일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9 조회수586 추천수9 반대(0) 신고

                 1월 19일 연중 제1주간 토요일-마르코 2장 13-17절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침착하고, 밝고, 굳세게, 집주인처럼>


지난 세기 가장 위대한 신학자 가운데 한분인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님의 글을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그는 독일이 낳은 대표적인 행동주의 신학자입니다. 그는 히틀러 정권이란 부당한 현실 앞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그는 반 나치 저항운동에 가담하여 히틀러의 독재정권과 싸우다가 1943년 게슈타포에 의해 체포되었고, 1945년 4월 9일 히틀러 정권이 무너지기 직전 39세의 나이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그는 당시 죽음의 수용소 안에서 ‘침착하고, 밝고, 굳세게, 집주인처럼’ 의연하게 지낸 특별한 수인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는 1943년 4월, 체포된 순간부터 1945년 4월 9일 처형되기까지 약 2년간 각처의 강제수용소를 전전하면서 옥중생활을 하는 동안에 옥중에서 가족과 그의 친구에게 지속적으로 편지를 썼었는데, 이것을 편집해서 출판한 것이 ‘반항과 복종’이라는 부제목의 ‘옥중서간’입니다.


본회퍼 목사님은 당시의 독일의 상황을 다음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봤었고, 그래서 적극적 반 나치, 반 히틀러 투쟁의 전면에 나서게 됩니다.


“만일 미친 사람이 대로로 자동차를 몰고 간다면 나는 목사이기 때문에 그 차에 희생된 사람들의 장례식이나 치러주고 그 가족들을 위로나 하는 것으로 만족하겠는가?  만일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 달려가는 자동차에 뛰어올라 그 미친 사람으로부터 차의 핸들을 빼앗아 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목사님은 지독한 어둠의 때를 살았던 분이셨습니다. 1943년 말 그는 한 친구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독방생활은 대림절에 대해 많은 것을 되새기게 해줍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또 희망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합니다. 굳게 닫힌 문은 오직 바깥에서만 열 수 있습니다.”


세상의 문은 바깥에서만 열수 있다는 목사님의 말은 우리의 선택을 분명히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어둠 속에 갇힌 수많은 이들을 위해 문을 열어야 합니다.


본회퍼 목사님은 감방 안 어둠 속에서도 세상 사람들에게 ‘문을 열라’는 하느님의 희망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영혼의 깊고 깊은 방안에 갇혀 있는 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알패오의 아들 세리 레위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바른 길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직업 그 자체의 죄의 근원임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빠져나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절대 문을 열고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절치부심의 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드디어 그 누군가가 굳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두드리셨습니다.


예수님이셨습니다. 그 누구도 열지 못하던 문, 그리도 육중하던 문이었는데, 단 한 마디 그분의 말씀에 문은 너무나도 쉽게 열렸습니다.


“나를 따라라.”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얼마나 개방적이신 분, 얼마나 화끈하신 분, 얼마나 자유로운 분이신가를 우리에게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세리’ 하면 다들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다들 멀리 피해갔습니다. 다들 소금을 뿌렸습니다. 그만큼 세리들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세리들 역시 알고 보면 불쌍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또, 한 번 발을 들여놓은 이상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바닥이 그 바닥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빨리 이 바닥을 벗어나보고자 각고의 노력을 다해봤지만, 그것 역시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저 어쩔 수 없이 미지근한 시궁창 물에 온 몸이 잠긴 채로 그렇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레위였습니다.


결국 그도 엄청 불쌍한 사람이었습니다. 가련한 사람이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예수님 구원의 첫 번째 대상이었습니다.


이런 세리 레위에게 다가가신 예수님, 다가가실뿐만 아니라 당신 제자로 부르신 예수님, 그를 통해 당신의 인류 구원 사업을 완성하시는 예수님, 부족한 우리 죄인들에게 이토록 큰 위로와 희망을 주시니 감사드릴 뿐입니다. 찬미드릴 뿐입니다.


“약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 아무 쓸데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그리스도인의 산 사귐에서 쫒아내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를 추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본 회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가운데 가장 약한 형제의 모습으로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리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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