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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17)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25 조회수517 추천수3 반대(0) 신고
 

2003년12월25일 예수 성탄 대축일 ㅡ이사야9,1-6;디도서2,11-14;루가2,1-14ㅡ

 

          (17)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

                                            이순의

                                      


ㅡ울지 않은 미사ㅡ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기침과 토혈로 당분간 사람들이 군집한 장소나 외출을 삼가고 있던 차에 실로 오랜만에 성탄 미사에 참례 할 수 있었다. 며칠 전 부터 미사도중에 기침으로 인해 돌아올지도 모르는 불상사를 대비하느라고 몸 상태 조절에 무척 신경을 썼다. 성탄에는 성체를 영할 수 있는 영광을 위해서다.

 

오랜만에 미사 참례하는 본당 안은 새 원장수녀님께서 오신 작년에 이어 올 해도 아주 소박한 구유를 마련하고 계셨다. 화려한 구유장식과 준비로 여럿이 함께 여러 날 동안 수고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한 눈에 느껴질 정도로 성당 안은 검소했다. 거리의 어디에나 흔하디흔한 안개등 하나 켜져 있지 않은 겨울밤의 성당마당은 성탄을 맞은 성당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스산하고 겸손했다.

 

수술로 인한 두 달동안의 입원생활을 접고 이틀 전에야 본당에 돌아오신 주임신부님께서 대미사를 집전하시려고 입장을 하셨다. 발에 씌운 보장구들이 제의 밑에 숨지 못하고 양들의 마음을 졸이게 하면서 절룩거리는 걸음걸이를 인도 하고 계셨다. 가시고 새로 오셨다고 소식으로만 전해들은 주임신부님의 미사에 참례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제는 미사에 가서 절대로 울지 않을 것이라고 독한 마음을 먹었다. 미사에 가서 자주 울다가 미사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끝나는지 모르고 오는 나의 주특기 때문에 어지간한 독심을 먹지 않으면 또 수도꼭지는 열려버린다. 더구나 오랜만에 참례하고 싶은 성탄 대미사에 갈까 말까 고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눈물 때문이라니 참으로 한심스럽기도 했다.

 

자정에 시작된 미사는 주임신부님의 편찮으신 현실을 배려한 진행이었다. 성가도, 미사경본을 읽는 일도, 복음 낭독도, 주님의 기도까지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성탄 대미사가 평소의 주일미사 시간대에 끝이 났다. 이렇게 고마울 때가!!!! 목이 아픈 상태라서 빠르게 이어지는 성가도 따라하지 못하고 미사진행을 따라서 집중하다보니 눈물이 날 시간이 없었다.

 

천천히 낭독되는 미사경본 한줄 한 줄의 의미를 새기다가 죄 많아서 눈물 나고! 독서와 복음 그리고 강론은 어찌하여 저렇게 사람 속을 꿰뚫어 보실까 두려워서 눈물 나고! 주님께서 주신 복이 세상 끝 날까지 나를 지키셔서 오늘 밥 굶지 않고 봉헌 할 것이 있어서 눈물 나고! 주례사제의 십자성호 한번으로 빵과 술이 살과 피가 되는 신비한 변화를 믿을 수 있도록 선택 받아서 눈물 나고!


나 같은 죄인한테도 신부님은 성체를 반쪽을 쪼개서 주시지 않고 동그란 온 쪽을 주셔서 차별 없는 주님의 사랑에 탄복해서 눈물 나고! 뭘 안다고, 뭘 가졌다고, 뭘 했다고 가서 전하라고 나누라고 파견까지 해주시는 신뢰심에 망극하여서 눈물 나고! 그도 또 모자라서 덤으로 온갖 은총과 사랑을 약속하시는 강복까지 끼워 주셔서 눈물 나고!

 

그런데 울다가 목이 메어서 다시 기침이 심해지면 어쩌나 고민하느라고 아기예수님을 만날까 말까 고민한 나의 걱정을 당장 해결 해 주신 것이다.

기쁜 성탄이 되었다. 그만 울어도 되는 성탄이 되었다. 나는 이제 그만 울 것이다. 웃는 미사만 봉헌하고 싶다. 울음을 참는 미사 말고 진짜로 웃는 미사!!

 

여러분! 메리크리스마스! 축하합니다.

어느 날 인사도 없이 오늘의 묵상에 들어 왔는데요. 인사드립니다. 여러분 성탄 축하드립니다.


우리성당 주임신부님의 아프신 발이 빨리 완쾌되시기를 빌고요. 보좌신부님 그동안 혼자서 많은 일들을 하시느라고 고생 많았다고 전하고 싶고요. 수녀님들 소박한 구유 만들어 주셔서 베들레헴의 구유는 정말로 겸손했을 것이라는 묵상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당의 교우들과 사무장님 관리장님 빼빼시 실비아 언니도 축하합니다.


친정엄마 시어머니 언니들 오빠들 형부들 조카들 시동생들 동서들 친척들 성탄 축하드립니다. 내 남편 마르셀리노와 내 아들(본인의 이름이 실리는 걸 거부함)도 축하합니다. 공소에 계시는 할아버지 형제님들과 할머니 자매님들, 공소를 이끄시는 회장님들, 은퇴하신 우리 김명호 회장님 부부, 김 신부님도 모두모두 축하드립니다.

내 사랑 정 신부님도 축하드리고요. 수도자 양성에 한몫을 하고 계시는 마리아 수녀님께는 주님의 더 큰 혜안을 주시라고 기도 하겠습니다. 멀리 로마에 계시는 젬마할머니 수녀님 성지를 갈 때 너를 잊지 않겠다는 기도 하고 계시지요? 저 기도 받고 싶어요. 꼭 기도 해 주세요. 성탄 축하드립니다.

저를 아시는 모든 분들, 또 여기에 오셔서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과 주님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들 모두모두 성탄 축하 합니다.

추기경님과 대주교님께도 축하드립니다. 우리교회와 신앙을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주님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ㅡㅡ아멘ㅡㅡ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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