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집안 청소를 끝내고 나더니 파김치가 된 아내는 손을 씻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강운구, 수고했소. 이젠 집으로 돌아가도 좋소.”
참 뜻밖의 소리였다. 그러나 낯익은 말이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린데.”
아내가 껄껄거리며 웃었다.
“초등학교 때 국어교과서에 나온 문장이에요.”
순간 나는 국어교과서의 문장이 떠올랐다. 아마도 5,6학년 때 교과서 같은데, 학교 청소를 다 끝낸 후 선생님이 강운구란 학생에게 했던 말이었던 것이다. 누구든 초등학교 때 힘들게 학교 청소를 끝낸 후 선생님의 검열을 받고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엔 갑자기 신이 나고 기분이 좋아졌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아내는 왠지 힘든 일이 끝내고 나면 그 문장이 떠오른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모든 일을 학교 숙제하듯 한다. 마치 선생님으로부터 변소나 교실 청소를 명령 받고 이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처럼 매사를 숙제하듯이 꼼꼼히 해치운다. 그 말을 들은 이후부터 나는 아내가 힘든 일을 끝내면 국어책 읽듯이 이렇게 낭독하곤 한다.
“황정숙, 수고했소. 이제 집으로 돌아가도 좋소.”
따지고 보면 우리 나날의 삶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는 숙제인 것 같다. 매순간 그 숙제에 충실하게 살면서 언젠가는 선생님 앞에서 검열을 받듯이 우리들이 살아온 인생의 숙제를 검열 받게 될 것이다. 그러면 신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최인호, 수고했소. 이젠 천국(?)에 들어가도 좋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