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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처음으로 한 말 - 류 해욱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27 조회수627 추천수5 반대(0) 신고

 

 

                                   처음으로 한 말

 


거의 만 세 살이 되기까지 나는 말을 하지 못했다. 소아과 의사는 나의 출생과정이 너무 힘들었고 발육이 늦기 때문에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내가 말을 더디게 할 지도 모르며 어쩌면 말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모님들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들은 내가 말하는 것을 도울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시도해 보았다. 물건을 가리키고 그것의 이름을 말해주고 한 낱말을 반복해서 들려주었으며 몇 시간 동안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정신 지체일지 모른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외할아버지께서는 그런 모든 말을 일축하셨다.

 

“아이의 눈을 들여다봐라. 아니야. 아이는 괜찮다.”

외할아버지는 언제나 내가 다 알아듣는 것처럼 내게 말을 건네셨다. 어쩌면 나는 진짜 외할아버지의 말을 알아들었는지도 모른다.

 

  추수감사절 날이었다. 저녁 식사 때 내가 처음으로 말을 했다고 한다. 식구들은 깜짝 놀랐지만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통은 부엌에서 엄마가 밥을 먹여 주었는데 그날은 명절이라 어른들과 식탁에 앉아 식사를 했다. 두꺼운 전화번호부가 놓여 있는 탁자에 앉았던 내가 갑자기 몸을 반쯤 돌리고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소금 좀 주세요.”

 

  살아오면서 나는 수없이 내가 처음 말문이 틔었던 그 순간에 대해 들었다. 어린 시절 나는 그 이야기만 들으면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것은 내가 처음으로 했던 말이 아니었다. 내가 처음에 한 말은 두 살 가량부터 외할아버지가 계속해서 들려준 말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정통 유대법을 신봉하는 유대인들은 말을 하기 시작한 어린아이에게 ‘쉐마’라는 히브리말을 가르쳤다. ‘들어라. 이스라엘아, 너희 주 하느님께서는 유일하신 분이시다.’ 하는 의미였다. 전통적으로 ‘쉐마’는 위험이 닥쳐왔을 때나 죽음의 순간에 말해지기도 했다. 이것은 세상의 가장 본질적인 것을 드러내는 말이다.

 

이 말은 내가 외할아버지에게 들은 많은 신비스런 이야기 중의 하나였다. 조금 더 자랐을 때 나는 ‘쉐마’가 무슨 뜻인지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했다.

 

“네쉬메레야, ‘쉐마’는 고통과 절망에도 불구하고 삶은 가치 있다는 의미란다.”

 

  나는 내가 그 의미를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내게 그 말을 가르쳐 주셨는지 물었다. 외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시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사람으로 태어나는 순간은 이 삶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이다.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 때문에 영혼들은 때때로 인간이 되는 결정을 미루기도 하고 어떨 때는 자기도 모르게 사람의 몸 안에 들어가게 되어 그것을 발견하고는 힘들어하기도 한다.

 

  “네쉬메레야, 너는 태어날 때 아주 큰 어려움을 겪었단다. 그래서 너의 영혼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처음부터 느꼈을 거다.”

 

나는 출생 예정일 보다 훨씬 앞당겨 태어났다고 한다. 그 때문에 영혼은 아직 삶을 택할 준비가 안 되었을 것이고 많이 놀랐을 거라고 설명하셨다. 나의 영혼은 내가 인큐베이터에 서 머무는 동안 내 속에 머물러야 할지 떠나야 할지 망설였다. 그 후에 세상에 나와서도 내 영혼은 작은 새처럼 두려워했고 조심했다. 외할아버지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하셨다. 외할아버지는 내 영혼이 의지할 수 있는 말을 해주기 위해 내가 말도 배우기 훨씬 전에 ‘쉐마’를 가르쳤다고 말씀하셨다. 외할아버지는 내 영혼이 그것을 발견하면 힘이 생길 것이라고 믿었다.


                         

                                              생활성가/너 근심 걱정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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