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수녀(천주섭리회)
◆하느님께서 좋아하는 단식은 불의한 결박을 풀어주고, 멍에 줄을 끌러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 내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내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주고, 내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라는 말씀을 들으면서 이사야 예언자 시대에는 가난한 이웃과의 나눔이 단식의 중요한 의미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에는 어떤 의미로 생각할 수 있을까? 생태계 파괴로 지구의 운명이 어찌 될지 모르는 이 시대에 하느님은 단식이 지구의 모든 생명을 살리는 범주로 확대되기를 바라시지 않을까?
어떤 이의 시대상황 묘사가 떠오른다. “세계화 현상, 여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움직임, 과학의 발달로 인한 인간의 생명과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경외심 약화, 종교다원주의, 생명경시 현상, 자살자의 급증, 대량생산과 경제소득이라는 명목 하에 부추기는 소비만능주의로 파괴되고 몸살을 앓고 있는 우주, 심각한 생태파괴문제, 세계화 현상의 부정적 결과로 드러나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 국가의 출현,
세계무역협의회 결성으로 인한 제3세계 경제발달의 위협과 국가별 지역개발의 불균형 상태, 교육제도의 현주소, 이주노동자의 인권문제와 우리나라의 실업문제, 날로 늘어나는 노숙자 문제, 이혼율 증가와 가정파괴 현상, 저소득 국가에 태어난 어린이들과 여성들의 불이익과 기아현상, 아동학대 문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더 강한 무력으로 대응하면서 현대화 무기로 무장된 국가들의 세계 패권주의와 그로 인해 고통당하는 약소국가들과 그 주민들, 날로 더해 가는 테러의 위협 속에 사실상 지구촌은 그 존폐위기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2004년, 김인숙 수녀, ‘축성생활 심포지움’ 발표자료 중에서)
지난 여름, 극심한 더위로 숨이 턱에 닿아 헐떡거렸던 생각이 난다. 생명에 대한 위협을 실제로 느끼지만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모른다. 개인과 공동체, 사회가 연대하여 국가와 지구 차원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가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그런 단식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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