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8.2.12 사순 제1주간 화요일
이사55,10-11 마태6,7-10
"영적 청춘(靑春)의 회복"
새벽 성무일도 탈출기 독서 시 다음 대목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들이 파라오에게 말할 때,
모세는 팔십 세, 아론은 팔십 삼 세였다.’(탈출7,7).
파라오와 고군분투의 대결을 하던
모세와 아론의 고령의 나이가 새삼스런 놀라움이었습니다.
세상 나이를 넘어 영원한 젊음을 사는 하느님의 사람들입니다.
사순 시기는 영적 청춘을 회복하는 시기입니다.
베네딕도 성인의 성규(聖規) 말씀입니다.
“수도승의 생활은 언제나 사순절을 지키는 것과 같아야 하겠지만
이러한 덕을 가진 사람이 적기 때문에,
이 사순절 동안에 모든 이들은 자신의 생활을 온전히 순결하게 보존하며,
다른 때에 소홀히 한 것을 이 거룩한 시기에 씻어내기를 권하는 바이다.”
(RB49,1-3).
나이가 많든 적든 수도자의 공통점은 ‘잘 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어제 어느 수도형제님의 전언(傳言)이 신선한 자극이었습니다.
“사순시기 동안 금요일 아침은 단식하겠습니다.”
내심 저도 사순시기 동안 무엇을 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곧 가닥이 잡혔습니다.
‘사순시기 동안 공동전례기도에 충실하며 시작 10분 전에 성당에 들어오기,
침묵을 지키며 말의 절제에 힘쓰기,
음식 절제하기’
세 가지가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공동전례기도는 우리 회 수도자의 특권이며 행복입니다.
특히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미사와 공동기도 때의 ‘주님의 기도’입니다.
정신 차려 똑똑히 의식하며 한다 해도
그 중요한 주님의 기도 전반부를 순식간에 흘려버려 안타까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의 모든 기도를 압축, 요약하고 있는 게 주님의 기도입니다.
주님의 삶을,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단순하고 진실한 기도입니다.
삶이 진실하고 간절할수록 빈 말은 사라져 기도 역시 짧고 순수해 집니다.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나라, 아버지의 뜻에 온전히 집중함으로
마음 하늘에 떠오르는 하느님의 태양입니다.
삶의 의미, 삶의 목표인 하느님이 우리 삶의 중심에 뚜렷이 자리 잡으면서
흔적 없이 사라지는 삶의 허무와 무의미의 어둠입니다.
이어 일용한 양식, 죄의 용서, 유혹에 빠지지 않음, 악에서의 구원이라는
네 가지 구체적 청원과 더불어 우리 삶은 더욱 단순해지고 본질적이 됩니다.
그대로 무욕의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기도가 삶을 만들고 삶에서 기도가 나옵니다.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끊임없이 바치는 주님의 기도가
우리 삶을 정화하고 성화하고 치유하며 서서히 주님을 닮아가게 합니다.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기도는 없습니다.
신구약 성경을 요약하는, 하느님 마음에 이르게 하는 지름길 같은 기도입니다.
오늘 이사야서의 주님 말씀도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
(이사55,11).
바로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를 정성껏 끊임없이 바칠 때
그대로 이루어주시겠다는 말씀입니다.
이 은혜로운 미사시간, 주님의 기도가 그대로 실현되는 시간입니다.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는,
아버지의 나라가 도래하는,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는 참 좋은 미사시간입니다.
이어 참 좋으신 주님은 말씀과 성체의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며
오늘 하루도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우리를 구원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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