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랑은 고향으로 가는 길을 알려 준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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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계용 | 작성일2008-02-13 | 조회수850 | 추천수15 | 반대(0) 신고 |
따스한 햇살이 봄날 같았던 요즘. 담장 너머 오렌지 두개가 유난히 눈에 띄는 마당에 앉아 가끔씩 스치는 미풍에 언뜻 스치는 후리지아 향이....고요속에 넘치는 평화....바로 님의 현존임을.... 뜰 한쪽에 올망졸망 몽우리진 국화송이를 바라보며, 햇볕바른 마당에 앉아 짙은 자주빛 국화를 말리던 큰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조금은 매콤하기도 했던 국화향과 바삭바삭 소리내던 새끼 베개에 누워, 예쁜 꽃잎과 국화잎을 넣어 새로 바른 하얀 창호지 사이로 비치는 햇빛속에, 그 빛깔이 참으로 곱게 보였던 일. 하늘의 별들을 쳐다 볼때마다 생각나는, 하얀 쌀밥에 김을 구워 이른 저녁을 지어주며…오늘이 견우 직녀 만나는 날이라던 언니와 별구경하다 업혀 오는것이 좋아 잠 든척 하던 어린날의 기억들이 보물상자에 가득찬 보석처럼 하나 하나 되살아나 반짝 거린다. 자운영꽃이 가득한 논둑에서 나물 뜯으며,우렁이라도 잡을라치면 얼마나 신이 났든가....나물도 빨리빨리 잘 뜯고 고기도 남자애들보다 더 잘 잡던 선매슴애 같던 춘흥이는 집에 돌아올때면 꼭 반으로 나누어 주었는데,새 쫒던 움막에서 그이(게)잡던 그애의 대학생 오빠가 구워주던 풋콩의 맛보다, 보기조차 힘든 오빠 생각에 부러워 하기도 ….. 방학이면 다니러온 사촌들까지 온 대식구가 모깃불 피워놓고, 멍석에 둘러앉아 저녁 먹고 수박 쪼개 먹은후, 깜깜한 콩밭속을 쫒아 다니던 반딧불이 손바닥에서 오몰거리던 감촉. 줄지어 쌓아논 볏가리 사이에서 메뚜기 잡던 노란 가을 들판에 겨울이 오면, 온 동네아이들 몰려와 연싸움하고 팽이치며 썰매 타는 사이로 수도없이 넘어지며 타던, 언니가 사다 준 빨간 피겨 스케이트가 선명히 떠오른다.삼태기 밑에 좁쌀가루 뿌려놓고 참새 오길 숨죽이며 기다리던, 처마끝에 고드름이 수정같이 아름답던 한 겨울. 달빛에 반짝이는 눈길로 뽀드득 소리내며 밤 마실 다니던 윷놀이. 개보름날(정월14일) 이집 저집 떼지어 밥 얻으러 다니던 그 아이들은 지금 다 어디 있을까? 소식조차 모르는 그 친구들이 아직도 내 마음엔, 벙어리 장갑 끼고 눈싸움 하던 어린아이로 남아있다.그때는 온 천지가 하얗게 눈이 많이도 왔는데….. 햇곡식이나 과일, 혹 별미라도 만들면 잡수어 보시라고,어느 한 집 일이라도 하는날엔 양지 바르고 조용한 동네 한가운데 조그만 언덕 모새바탕을 지나 우리집에 들어서면, 집 뒤 언덕 잔디밭에서 할미꽃도 꺽고,살이 통통 오른 삘기도 뽑아 먹어보고, 온갖 꽃들이 피고 지는 그속에 어느새 익어버린 앵두는 다람쥐 차지이고, 첫 손자 얻으신 기념으로 아버지가 심으신 향나무들이 이젠 아름되어 가득 들어선,언제나 가고 싶은 나의 고향집. 그 향나무로 시내 옆에 정자 하나 짓고, 꽃과 벗 삼아 영원한 고향으로 가는길을 준비하며 살고 싶은 소망에, 아주 작은 집터 하나 주시라는 내게 아버진, “ 땅 많은데 아무데나 지으렴”. 난 컴퓨터 못해 이젠 학교에서 쫒겨 나게 생겼다더니, 올핸 유치원 원장까지 맡아 더욱 바빠졌다는 주임교수인 노처녀 사감 선생님.옛날엔 학생들이 언니 같다더니 이젠 엄마 같다 한다며 맘씨 좋은 아줌마처럼 항상 허허 웃는 모습이 조금은 푼수 같다며 우리 아이들이 전원주씨 닮았다는 언니 보호 아래,엄마는 댕기 땋는 것은 안 잊으셨는지 인형의 리본을 풀어 귀밑머리를 꼭 꼭 정성드려 땋고 계셨다. 커다란 집 지어 방 하나씩 나눠 갖고 같이 살자던 우리 언니들. 명절 때마다 선물을 가득 담은 가방은 길 가운데 버려두고, 담 뒤에 숨어 놀려 주려던 지금은 든든한 상담자이지만 어릴땐 유난히도 말다툼이 심하여 아버지가 월남에 보내야겠다시던 여섯째 언니와 막내인 우리 둘. 식구 중에 누구 하나 아파도 쉽게 갈수 없는, 이곳에서 우리식구의 보호자인 다섯째 언니와 날 위해 쉬쉬하며, 몇달이 지나야 알수있는 고향의 소식 앞에, 참으로 갑작스런 올케언니의 위암수술과 뒤이은 큰언니의 말기암 진단이 내려진 작년 이맘때. 항암치료에 깍은 머리가 동자승 같다던 병원수녀님의 말씀처럼, 힘들게 뭐하러 왔느냐며 잡는 손이 파르르 떨리던 애기중 같던 지난 겨울의 큰언니 모습. 수없이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투명한 햇살속에 하늘 가까운 말리부 쎄라의 집에 앉아 있노라면 한없는 평화가 밀려오고, 같이 앉아 도란 도란 이야기 하고푼 언니에게 내가 태어나기전 딸일까 아들일까 궁금하여 일요일마다 집에 와 보면. 아직도 엄마 배가 불러 있었다던 언니의 여고시절. 딸이라는 소리에 아궁이에 불을 때다 말고 호롱불만 하염없이 바라 보았다더니……하나밖에 없는 아들 뒷바라지하는 엄마 대신 날 키워주고, 소풍 가는날이면 예쁜 방울을 달아 릭쿠사쿠(배낭)와 우와빠리(교복) 만들어준 계용새.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 언니들이 계용새라 부르던 어릴적 나의 애칭! 우리 저 바다 한가운데 중간쯤에 만나 정답게 고향집으로 날아 가야지. 언니!
달 가고 해 가면 별은 멀어도 이제는 영원한 고향 천상 하늘가에 소풍을 나왔을 ...우리 큰언니...엄마랑 아버지랑 하늘 아버지집에서 행복 하지? 그치 언니??...나또한 가 보고 싶다 사랑이 가득한 그 나라..사랑은 고향으로 가는 길을 알려 준다는데 . . ..*
Deep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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