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해 신부(마산교구 장애인 복지관장)
◆장애인 복지관장 일을 한 지 5년이 다 되어갑니다. 직원 3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복지관이지만 사람 사는 곳이면 크고 작은 즐거움과 다툼이 있게 마련입니다. 기쁜 일이야 나눌수록 커지니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사소한 다툼이라도 생기면 팀장이나 사무국장이 해결을 해보고 그것도 어려우면 관장이 나서기도 합니다. 관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신부가 사람들의 신앙문제가 아닌 크고 작은 일에 심판관이 된다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닙니다. 특히 중대한 인사 문제인 경우에는 몹시 괴롭습니다.
복지관 개관 당시부터 일을 하여 그 성실함을 인정받은 직원이 있었습니다. 나이도 있고 하여 새로 개소하는 부설 ‘직업 재활 센터’의 소장으로 승진 발령을 냈습니다. 본인도 무척 좋아했고 맡은 일에 아주 열심이었습니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나고부터 아침 출근이 늦어지는 때가 생겼습니다. 관장 외에는 더 높은 사람이 없고 일터가 관장실과는 떨어져 있어 시쳇말로 ‘농땡이’ 치기 딱 좋았습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제 귀에까지 그런 사실이 들려왔습니다. 소장을 불러 사실을 캐물었습니다. 문제는 술 때문이었습니다. 소장 승진 이후 성취감에 한 번 두 번 마시던 술이 쌓이고 쌓여 밤마다 술에 취해 지내다 보니 출근이 올바로 될 리가 없었습니다. 심하게 꾸짖고 감봉조치로 일을 수습했습니다. 그 후 얼마간 성실하던 사람이 저와 직원들의 눈을 피해 가며 다시 술에 빠져들었고, 공금에 손을 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급기야 인사위원회가 열리고 해고 조치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때 소장이 매달리며 하는 말이 “관장님은 신부님 아니십니까? 용서해 주십시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사람이 미워 심판관이 되었겠습니까? 어찌 용서를 몰라 끝내 내쳤겠습니까? 사심 없이 미움 없이, 큰 의미에서 그 소장을 위하고 복지관을 위하여 행한 일이었다면 주님께서 저를 용서해 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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