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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19일 야곱의 우물- 마태 23, 1-12 묵상/ 까질한 소문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19 조회수515 추천수5 반대(0) 신고

까칠한 소문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과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니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또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일이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성구갑을 넓게 만들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인다. 잔칫집에서는 윗자리를,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사람들에게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또 이 세상 누구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늘에 계신 그분뿐이시다.
 
그리고 너희는 선생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선생님은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마태 23,1-­12)
 
백남해 신부(마산교구 장애인 복지관장)
◆삼겹살을 굽는다는 것은 일종의 예술 행위와도 같습니다. 적당한 불조절과 정확한 시간 감각,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삼겹살의 올바른 두께 선택, 불판의 종류에 따른 여러 대처법, 마늘과 버섯을 넣고 빼야 할 때를 아는 선구안, 삼겹살을 어느 정도 배불리 먹고 난 후 된장찌개와 밥을 먹기 전 김치를 구워야 할 때를 아는 준비성….
 
직원들과 회식을 가면 남자 직원들을 제 주위에 앉힙니다. 여직원이 앉으면 사회적 통념에 따라 삼겹살을 굽겠다고 집게를 들고 나서기 때문입니다. 아예 시작부터 남자 직원들을 앉히고 제가 직접 고기를 굽습니다. 처음엔 직원들이 미안함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서로 제 옆에 앉으려고 경쟁이 붙습니다.
 
그러기를 몇 년째, 우리 교구가 운영하는 복지관 직원들 사이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백 신부님은 직원들을 위해서 고기도 직접 구워주신다.”는 황당한 소문이었습니다. 저는 직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고기를 구웠을 뿐입니다. 제 성격이 워낙 까칠하여 고기 타는 것이나 손이 굼뜬 것을 참지 못해 그런 것을 사람들이 오해한 것입니다. 잘못된 소문도 좋으면 모른 척하고 싶은 게 사람인가 봅니다.
 
그런데 이런 헛된 소문이 도는 것이 우스운 일 아니겠습니까? 신부님들이 얼마나 제 손으로 고기조차 굽지 않으면 고기 굽는 것이 선행으로 비쳐지겠습니까?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제 자신이 한심스럽게 보였습니다. 관장이고 신부라고 얼마나 거들먹거렸을까 싶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호되게 꾸짖으시는 불호령이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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