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 춥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실 때, 열두 제자를 따로 데리고 길을 가시면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보다시피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있다. 거기에서 사람의 아들은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넘겨질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사람의 아들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그를 다른 민족 사람들에게 넘겨 조롱하고 채찍질하고 나서 십자가에 못 박게 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은 사흗날에 되살아날 것이다.”
그때에 제베대오의 두 아들의 어머니가 그 아들들과 함께 예수님께 다가와 엎드려 절하고 무엇인가 청하였다.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무엇을 원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 부인이 “스승님의 나라에서 저의 이 두 아들이 하나는 스승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너희는 너희가 무엇을 청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할 수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내 잔을 마실 것이다. 그러나 내 오른쪽과 왼쪽에 앉는 것은 내가 허락할 일이 아니라, 내 아버지께서 정하신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다른 열 제자가 이 말을 듣고 그 두 형제를 불쾌하게 여겼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가까이 불러 이르셨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마태 20,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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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해 신부(마산교구 장애인 복지관장)
◆사회복지 공부를 같이한 대학원 후배를 한 행사장에서 만났습니다. 나이가 쉰이 넘은 비신자 자매님입니다. 어디서 제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아주 반가워합니다. 복지관 일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으시고, 신부로서 복지관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도와줄 일은 없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제 얼굴을 찬찬히 보시다가 나이가 얼마냐고 물으십니다. 마흔셋이라고 말하자 깜짝 놀라며 “젊은 나이에 출세하셨네요!”라는 것입니다. 저는 당황스러워서 “아이쿠, 이게 무슨 출셉니까?” 그러자 “아닙니다, 신부님. 세상 사람들 눈에는 그 연세에 관장이면 엄청난 출셉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만나는 지역의 많은 복지관 관장님들은 연세가 지긋한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신부님들 사이에서는 특이한 취향이 아니면 하지 않으려는 일이 복지입니다. 그러나 세속 사람 눈에는 아주 빠른 출세인가 봅니다. 또 관장신부를 출세로 본다면 그렇게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섬기는 사람이 되고, 종이 되고, 주님 따라서 고통의 잔을 마셔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날 복지관으로 돌아와 직원들에게 “내가 출세한 것 같으냐?”고 물었습니다. 직원들은 웃으면서 “관장님이 우리 중에 제일 높으시잖아요.”라는 것입니다. 역시 출세한 모양입니다. 밤이 이슥하여 술자리에서 선배 신부님에게 물었습니다. “형님, 제가 출세한 겁니까?” 선배 신부님이 조용히 제 어깨를 토닥이며 안쓰러운 목소리로 “야가 많이 힘든갑다. 그래, 오늘 많이 묵고 팍 취해서 다 잊어뿌리라.” 역시 신부님 사이에서는 출세가 아닌가 봅니다. 쩝, 입맛이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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