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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39) 각시 커피 한 잔만 사주라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02 조회수508 추천수3 반대(0) 신고
 

2004년1월15일 연중 제1주간 목요일 ㅡ사무엘 상4,1-11;마르코1,40-45ㅡ

 

     (39) 각시 커피 한 잔만 사주라

                               이순의

                       


ㅡ측은한 마음ㅡ

어느 본당 신자든지 다 이렇게 말을 할 것이다. 우리 성당에 만남의 방 커피가 제일 맛이 있다고! 나도 우리 성당에 만남의 방 커피가 제일 맛이 있다. 미사가 끝나고 참새가 되어 두리두리 앉아서 우리 성당에서 제일 시끄럽게 웃는 사람도 나고, 제일 천박하게 노는 사람도 나고, 아무나 친한 척하는 사람도 나고....... 그런데 그렇게 시끄러운 웃음소리를 쏟아 본지가 일 년이 되었고, 천박하게 놀아 본지가 일 년이 되었고, 친한 얼굴들을 외면하게 된지도 일 년이 되었고.......

 

이 세상에서 제일 맛이 있는 우리 성당의 커피를 못 마시게 된 것도 꾀 오래 되었다. 어제 진찰을 하고 달여 놓았을 한약을 찾으러 병원에 가는 길에 짝꿍에게 애교를 부렸다.

"자기이~~야~아~~! 나 커피 한잔만 사 주우~~라.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맛있는 커피! 응? 한잔만 사주라아~~~~ 딱 한 잔마~~안? 응?"

당장 거절 되었다. 한의사 선생님은 음식 조심에 커피와 담배 그리고 기름진 음식을 해로움의 일등공신으로 세우시기 때문에 짝꿍이 거절하는 것은 묻지 않아도 훤한 이야기다.

 

성당 앞에까지 가는 동안에 끊임없이 아양을 떨었다. 그동안 약 먹느라고 우리 성당 커피를 한 잔도 못 마신 거며, 성당에 가지를 못 해서 그렇게 맛있는 커피를 못 마시게 되었다고 불평하는 거며, 오늘부터 또 약을 먹게 되면 앞으로 언제 그렇게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을지 모른다고 계속 쫑알쫑알 입술에 엔진을 달고 사정을 했다. 돈 300원이 아까운거냐고 비위를 거슬러 보고, 당신은 그 맛을 모른다고 핀잔을 주면서 세상의 근사한 요리를 청하는 사람 같은 객기도 부렸다.

 

결국 승리의 월계관을 쓴 것은 각시다. 팔짱을 끼고 만남의 방에 들어서니 초등부 6학년 졸업피정 준비로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교감선생님, 루시아선생님, 모니카선생님, 그리고 새로 교사직 봉사자로 오신 예쁜 아가씨 선생님과 이번에 초등부 자모회장님이 되셨다는 사랑하는 나의 대녀 아네스가 커피를 마신후의 여담을 즐기고 계셨다. 교감선생님은 새 아가씨 선생님을 소개 하셨고 나는 답례를 아끼지 않았다.

"싱싱 선생니~~임~~~!  이쪽은 거저보아도 노땅 선생님! 나는 싱싱이 좋트라~~~아. 반갑습니다!"

 

완전히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격이니 텅 빈 만남의 방이 내 소리로 군중을 이룬다. 오랜만의 반가운 악수를 모두와 나누고 그 시간에 어이 오셨는지 인사가 전해졌다.

"응! 내가 아파서 약을 먹어야 하는데 약을 먹게 되면 우리성당 커피를 못 마시게 되니까 짝꿍더러 사라고 졸라서 소원 풀러 왔지!"

교감선생님께서 맞수를 놓았다.

"맞어! 우리 빈첸시오 회장님의 커피 배합 능력이 뛰어 나셔서 그 맛이 일품이야."

 

그럴 때 나는 심통스런 쥐불을 놓는 게 취미다.

"그건 아니네! 우리가 회장님의 솜씨에 길들여져서 발목을 꽉 잡힌 거지! 단단히 잡힌 거야!"

한바탕 폭소가 쏟아졌다.

"맞아! 회장님 커피 맛에 푹 빠져서 어떤 커피도 허락이 안 되는 거지! 하하하하하하"

오랜만에 쏟아보는 속이 확 뚫리는 웃음이다. 모두가 반갑고 사랑스럽고 친근한 얼굴들이다. 언제든지 웃겨줄 수 있고 또 웃을 수 있는 얼굴들이다.

 

교감 선생님께서 언젠가 내가 제안 했던 이야기의 안부를 물어 오셨다.

우리아이가 보던 책들이 상당히 많은데 한권씩 만남의 방에 놓으면 없어지니까 작게라도 책을 볼 수 있는 방을 꾸며서 아이들이 차를 기다릴 때라든지 성당에 오면 책을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볼 수 있는지를 여쭌 적이 있었다. 그 책들이 어디로 갔는지 물어 오셨다. 우리 집 책꽂이 위로 천정까지 올라 앉아 있다고 말씀드렸다. 솔직히 한 권씩 한권씩 모은 책들이라서 어디로 보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 책 중에는 당장에 쓸 돈이 없는데도 욕심을 내서 사고 쩔쩔 맺던 책도 있기 때문에 쉽게 멀리 보내지지가 않아서 책꽂이 위로 높이 쌓아 놓은 것이다. 교감선생님은 만남의 방에 자꾸 놓아달라지만 분실이 되어 누구 한 사람의 소유가 될 거라면 차라리 내 집에 지니고 싶은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성당에 방을 꾸미게 되면 또 다른 인력과 지원이 있어야 하고 이중의 업무가 발생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누구 보다 내 자신이 알고 있었으므로 없었던 일로 했다. 여러 성당을 돌아보면서 서가가 있는 성당을 본적도 있다. 그곳을 보면서 내 자신도 책을 내어 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모두가 책이 있다는 것을 좋아하지만 교회는 공동체이고 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에게 책을 내어 놓을 때는 좋은 마음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배운 것이다.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화제였다. 주님의 뜻이 아닐 거라고 말해 주었다. 주님의 뜻이라면 어려운 것 같아도 쉽게 되고 주님의 뜻이라면 쉬운 것 같아도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약을 받으러 가자고 짝꿍의 신호가 떨어졌다. 먼데 한쪽에서 커피를 마시던 짝꿍은 분위기 없는 쓴 커피를 마셨고, 나는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 신나는 커피를 마셨다. 짝꿍의 재촉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가야 했다.

"주님의 뜻이라면 내가 빨리 완쾌 되어서 도서실 사서로 봉사 할 수도 있어. 도서실이 필요하시면 분명히 내가 빨리 나아서 우리성당의 도서실 사서로 나서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 구!"

희망의 말을 남기면서 만남의 방에서의 달디 단 커피는 다 마시지도 못하고 들고 나왔다.

 

"그래요. 빨리 나으세요. 건강하세요."라는 작별 인사를 받으며 남아있는 커피로 아쉬움을 달랬다. 오랜만에 성당에 들려 기가 살아난 것 같은 나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것은 짝꿍이었다. 사랑하는 나의 짝꿍은 안쓰러운 눈빛과 함께 빨리 약을 먹고 나아서 성당에 가야 한다며 다음에도 커피를 사줄 것을 요청한 예약에 대해서는 가볍게 거절했다. 그래도 너무너무 고맙다. 내 짝꿍!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도 사 주고!

 

어느 본당 신자든지 다 그렇게 말을 할 것이다. 우리 성당에 만남의 방 커피가 제일 맛이 있다고!

 

 

ㅡ예수께서 측은한 마음이 드시어 그에게 손을 갖다 대시며 "그렇게 해 주겠다. 깨끗하게 되어라." 하시자 그는 곧 나병 증세가 사라지면서 깨끗이 나았다. 마르코1,41-42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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