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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님의 발치에서...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17 조회수676 추천수10 반대(0) 신고
 
 

 

복음: 요한, 12, 1-11

 

유다 이스가리옷은 마리아를 비난합니다.

비싼 향유를 아까워하는 것 같지만

실은 마리아의 별난 행동이 신경이 쓰였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요. 마리아는 평소와 달랐습니다.

언제나 예수님의 발치에서 조용히 말씀만 듣던 그녀였기에.

 

하지만 마리아가 예수님을 사랑했다고 해서 그것이 죄가 될까요?

두고두고 후세에 놀림감이 될 만큼 이상한 일이었을까요?

 

 

아, 마리아의 사랑은 눈치 코치 없는 것이 아닙니다.

복음서마다 한마디씩 하고 지나가야했던 시끄러운 사랑도 아닙니다.

 

터질 듯한 마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그녀로선

아주 작고 미미한 몸짓을 지었을 따름입니다.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고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고 돌아봤지만

그래도 참을 수 없어 터져 나온 가늘고 여린 떨림이었답니다.

 

 

본능적인 예감이었을까요?

평소에도 너무 멀리 계시던 분.

가까이 있어도 늘 그리운 분.

동구 밖에 그림자만 보아도 가슴이 벅찼던 분.

발치에 앉아 있기만 해도 무아지경의 행복을 느꼈던 분이었는데

왠지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은 육감에

마리아는 도저히 자신을 가눌 수 없었답니다.

 

그녀의 전재산이었을 향유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넉넉히 도와줄 수도 있었을 향유를

언젠가는 팔아 혼인자금으로 쓸 수도 있었을 향유를

주저없이 깨뜨려 그분의 발에 쏟아 부었습니다.

 

 

머리카락!!

그렇습니다.

머리카락으로 곱게곱게 그분의 발을 닦아드렸습니다.

 

어떤 관능적인 사랑으로도

그분을 향한 마음을 채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입술로, 손으로, 온 몸으로 하는 사랑,

그것은 너무 찰나적입니다.

너무 쾌락적입니다.

너무 본능적입니다.

너무 허무하게 끝이 납니다.

 

 

마리아가 그분을 만난 이래로

그분을 생각하며 그리워하며 사모하며

가슴 안에 품고 키워온 사랑은

그런 식으로 한꺼번에 불태우고 말 그런 사랑이 아닙니다.

 

마리아의 아픈 사랑은

어느덧 홀로 정화되고 승화되고 초월되었습니다.

 

 

그녀의 몸의 가장 높은 자리인 머리카락,

그분의 몸의 가장 낮은 자리인 발,

그녀는 마지막까지 그분 발치에 머물며

자기 사랑의 한계를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모한 사랑의 도전을 하기엔

그분은 너무나 거룩한 분이셨습니다.

온몸을 부딪쳐 불나방처럼 뛰어들기엔

그분은 너무나 신분이 다른 분이셨습니다.

 

 

하느님의 사람, 예수.

온 마음을 고백하고 크게 외치지 않아도

그분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평소의 모습답지 않은 마리아를 보시고

장례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시는 예수.

죽음을 눈치채지 않고서야

이런 행동은 죽었다 깨도 할 리 없는 마리아임을

그분은 알고 계셨습니다.

 

 

사람들의 비아냥도, 쑥덕거림도,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분이 마음을 알아주면 그만입니다.

 

베타니아는 향기로 가득 찼습니다.

 

 

    

-2003년 4월 성주간,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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