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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46) 절 받으세요.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24 조회수561 추천수3 반대(0) 신고

 

 

 

2004년1월22일목요일 설 (성 빈첸시오 부제 순교자 기념 없음)ㅡ민수기6,22-27;야고보4,13-15;루가12,35-40ㅡ

 

     (46) 절 받으세요.

이순의

              

 

ㅡ설ㅡ

꼭두새벽에 일어나 어제 저녁에 보내드리고 마저 보내지 못한 정성들을 주섬주섬 쌌다.

짝꿍을 깨우고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에 아들을 깨웠다. 18년 동안 해온 설날 아침이다.

 지금은 칩거 중인 나는 대충이고 어제 정갈하게 다려서 준비한 옷을 짝꿍과 아들이 갖

추어 입었다. 아들이 초하루부터 구박을 했다.

"엄마 오늘은 설이니까 그래도 갖춰 입고 절을 받으세요."

그래서 자식이 무서워서 갖춰 입었다.

 

먼저 우리 부부가 마주 보고 큰 절을 한다. 아들은 해마다 그러는 엄마 아빠를 바라보고

 정중히 서 있다.

"우리 마누라 올 해는 좀 더 건강하고, 모든 것을 용서하고 응어리가 없어지지는 않겠지

만 내가 못난 탓이니 그거 다 풀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네."

"우리 신랑도 올해는 허시는 일 뜻대로 되어서 당신이 주고 싶은 사람들 다 주고, 어머

니 호강 시켜드리는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랄게요. 올해도 꼭 성부와 열심히 하시고

차 조심하시고 무엇 보다 건강이 돈 인께 당신은 꼭 건강 하세요."

 

그 다음 우리 부부가 자리를 고쳐 앉으면 아들이 장성을 해서 방안이 꽉 차게 엎드려 절

을 한다.

"엄마 아빠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자식은 옹골지다. 이런 날 자식이 있어서 모든 부모네들이 시름을 잊는 것 같다.

 

"올 해는 본인이 하고자 마음먹은 대로 실천하기를 바라고, 아빠는 아들의 건강을 빌고,

 항상 바르게 곧게 자라 주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아빠가 못났어도 내 아들이 잘나서 아

빠는 기쁘다. 좀 더 발전되기를 바란다."

자식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덕담이 이어 졌다.

 

"작년 한 해는 세상 적으로 경험 할 것이 많아서 하느님께 대한 태도가 좀 모자랐으니

올 해는 다시 주님을 더 가까이 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고 자식 앞에서 어미로서 할머

니께 잘 하는 모습을 못 보여 주어서 죄송합니다. 아빠의 여건이 조금만 너그러워지면

다시 할머니께 잘할 것이니 그때 까지만 아들이 엄마를 용서하고 이해하시기를 바랍니

다. 건강하세요."

어미로서 자식에게 하는 덕담을 하고 용서를 청했다.

 

그다음 십자가를 향해 나란히 서서 예수님께 큰 절을 합동으로 올린다.

"예수님 복 많이 받으세요.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가장이 주님께 올리는 인사이다.

"예수님 수많은 자식들 돌 보시니라고 속이 얼매나 썩어 문드러지셨소. 그래도 어쩔 것

이요 아버지가 돌봐 주셔야제. 우리 집 대주 올 해는 꼭 돈벼락을 맞아서 어머니한테도

 대주가 해드리고 싶은 대로 해 주고, 형의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 모르는 동생들한테도

 철없는 소리 좀 안 듣게 해 주세요. 주님만 믿습니다. 예수님도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

하세요. 꼭 올 해도 차 조심허세요. 예수님도 차 조심 허셔야 되요."

살림을 살구는 안사람인 나는 청 할 것이 언제나 많다.

"예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지막으로 소년 아들이 주님께 드리는 인사이다.

 

그리고 일어나 어두운 새벽을 가르고 나갔다. 큰 길 하나만 건너면 되는 가까운 거리인

데도 너무너무 추워서 두꺼운 장갑을 끼고 목도리를 두르고 보따리 하나씩을 들고 부자

가 나섰다. 나는 하루를 피로에 못 이겨서 잤다가 깨워서 밥 먹고 약 먹고, 또 잤다가 근

신하는 마음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며칠 동안의 무리로 좋지 못한 건강을 느끼면

서 주님의 뜻이 느껴졌다.

"지금 내가 칩거 중이지 않았다면 가난한 집 종손 자리의 일감에서 못 빠져 나오고 육신

이 못 견디게 괴로웠을 지도 모르겠구나! 그거 조금 해서 보내고 이렇게 몸 상태가 안

좋은데 모두가 주님의 배려구나! 내가 내 의지로 칩거가 어데 가당키나 한 일이던가! 주

님의 뜻이 쉬어야 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겠지!"

 

밤늦은, 초하루의 자정이 가까운 지금 짝꿍과 자식이 돌아왔다. 이제야 인터넷 교회의

교우들께 세배를 드린다.

"절 받으세요. 건강하시고 많이많이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사세요. 주님의 사랑이 항상

 여러분과 함께!"

 

ㅡ항상 준비하고 있어라. 루가12,40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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