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일상을 풀어나가는 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대화’입니다. 대화가 오가면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여러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하며, 때로는 생각지 않은 이익을 얻기도 합니다. 이처럼 유익한 대화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상황이 악화되기도 하고 관계가 깨어지기도 하며 엄청난 손해와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수많은 대화 속에 숨어 있는 재미있는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대화가 때로는 논쟁이 되고, 또 논쟁이 이따금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보면서 처음에는 서로 그럴 마음이 아니었는데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원인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화·논쟁·싸움으로 이어지는 구도에는 언제나 자신의 입장을 상대에게 관철시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 할 때 자신이 말할 것을 미리 생각합니다. 많은 경우 자신이 아는 것, 경험한 것 외에는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그보다는 내가 상대방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아니면 상대방에게 내가 설득당하지 않을까 하는 데 더 관심을 둡니다. 그러다 보면 서로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고 계속되는 대화는 문제의 핵심에 접근해 그것을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싸움으로 번지고 맙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과 니코데모의 대화를 듣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을 말하고 본 것을 증언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자신 안에만 머뭅니다. 그래서 니코데모처럼 자신의 이해를 위한 질문에만 급급합니다. 그러다 보면 일반 상식조차 통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먼저 말씀하시기보다 언제나 우리의 말을 경청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상대방 안에 함께 계시는 주님의 말씀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습니까?
김우정 신부(수원교구 매교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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