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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25) 성지에서의 하루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04-07 조회수525 추천수6 반대(0) 신고
 
 
 
 
 
              ㅡ2005년 10월 24일 작성 ㅡ
 
 
 
                            성지에서의 하루
 
 
                                                                                         글 : 유정자
 
 

10월 23일 주일날 우리 본당에선 레지오 전단원 야유회를 죽산성지로 갔다.

우리 본당에서 두 시간 거리였다.

오전 8시에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10시였다.

11시 미사까지는 시간이 있어 십자가의 길을 바쳤다.

성전에 들어갔는데 마루바닥에 수백명이 앉아 미사를 보았다.

붉은 제의를 입고 미사를 집전하시는 신부님이 처음엔 보통 다른 신부님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는데 강론이 시작되자 말이 어찌나  빠른지 처음엔 참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사람들의 의중을 꿰뚫기라도 하신 것처럼 " 내 말이 무척 빠르죠? 꼭 약장수같죠? 교구청에서도 나보고 약장수라고 합니다." 하고 말씀하시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14년동안 성지에서 사제생활하시면서 말만 빨라졌다고 하시며 빠르지 않으면 시간내에 성지에 관한 것에서부터 다 말할 수가 없어 그렇게 되셨다고 한다.

신부님이 하신 말씀을 대충 요약해 보았다.

 

(요한 바오로 전 교황님께선

 "나는 행복합니다. 당신들도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사랑함으로써 남도 사랑할 수 있고

내가 행복함으로써 남의 행복도 바랄 수 있고

내가 성화할 수 있어야 남도 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성모님도 처음부터 믿음이 완전한 분은 아니었습니다.

가브리엘 천사의 전하는 말을 들은 후에 믿음을 얻고  순명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믿음은 (나)이고 순명은 (너)입니다. (나)는 회개이고 (너)는 보속입니다.

영성생활을 통해 나를 성화시키면 주님의 어린 양이 되고, 죄를 비우는 성사생활을 통해 주님의 착한 목자가 될 수 있습니다. 

믿음으로 죄를 비움으로써 그 빈자리를 은총으로 채우는 것입니다.

나의 죄,

남을 아프게 한 죄,

하느님을 아프게 했다면 그 죄악까지를 봉헌하는 것입니다.

 

 세례성사를 통해서 나를 어린양으로 만듭니다.

나를 성화시킴으로써 너를 성화시킵니다.

남을 성화시키지 못하는 건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보이는 나를 통해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드러내는 것,

껍데기는 인간이되 속은 하느님처럼 되는 것,

이것이 곧 신앙생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를 성화시키려면 겸손해야 합니다.

겸손은 나를 성화시키고 용서는 남을 성화시킵니다. 

 

높이 있지 말아야 합니다.

(높)자를 거꾸로 놓으면 (푹)자가 됩니다.

교만에 차서 하늘 높은 줄 모르다간 (푹) 떨어지고 맙니다. (웃음)

 

아마 여러분들 중에는 성지에 오고 싶지 않은 걸 예약을 해 놓아 어쩔 수 없이 온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순교자들께서 두들겨 맞아 돌아 가신 이 성지에서 뭔가 신앙적인 것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신부님의 그  말씀은 꼭 나를 두고 하신 말씀 같았다.

사실 몸살 기운에 두통도 심해서 오기 싫은 걸 억지로 왔던 것이다.

단장이 되어 안 갈 수 없어 싫은 걸 억지로 왔는데, 신부님이 시종일관 재미있는 말씀 또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어 안왔으면 아쉬울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지에는 아기장미나무에서 앙증맞게 핀 작은 장미꽃이 숱하게  많았지만, 노란 들국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모습이 더 좋아 보였다. 

간간히 섞여있는 보라색 들국화도 화사했다.

 

잔디밭에 앉아 점심을 먹고 나서 묵주공원을 한바퀴 돌며 기도를 바쳤는데 묵주알이 참으로 크고 둥글었다. 잠자리 한 마리가 묵주알에 앉아 사람들이 그 앞에서 손을 얹고 기도하는데도 날아갈 생각을 않는다.

 

성지의 잠자리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가 보다.

아마도 그것은 성지에 온 신자들은 절대로 잠자리를 잡아 죽이지 않는 착한 사람들이란 걸 알기 때문이 아닐까!

 

언덕 위에 있는 소성당에 올라갔는데 철망으로 만든 우리 안에 비둘기와 공작새가 있고 까만 닭, 황갈색 닭, 암탉 수탉들이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성지의 짐승들은 날짐승까지도 사이좋게 공동체 생활을 참 잘 하는가 싶다.

각자 편할 대로 제 일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에서 그런 게 느껴졌다.  

 

세 마리의 개가 마당의 꽃밭 사이에서 제 각각 낯선 방문객을 향해 짖어댄다.

어느 자매가 "얘 ! 알았어. 이제 그만해." 하고 부드럽게 말하니까 신기하게도 짖는 것을 멈춘다.

모든 것이 그림처럼 아름답고  편안하고 아늑한 성지에서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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