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부모님의 손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자녀들을 키우느라 고생하시며 마음속에 있는 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남몰래 짊어지신 부모님의 손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어렸을 때는 그것도 모르고 투정과 응석만 부렸던 것을 돌아보면서 ‘그때는 내 생각만 했구나.’ 하고 뉘우칩니다.
사제로서 많은 사람들 앞에 서 있다 보니 부모님의 마음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다시금 바라보게 됩니다. 누군가를 이끄는 책임자의 위치에 서게 되면 그 자리에서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다른 이들이 그것을 이해해 주지 않거나 무관심하다 해도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금껏 그렇게 해왔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바라보던 입장과는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주님께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때로는 알려고도 하지 않는 이들을 위해 생명의 빵으로 자신을 내어 주셨습니다. 부모님의 손에 굳은살이 박혀 있듯이 그분의 손과 발과 옆구리에는 우리를 사랑하셔서 내어 주신 못자국이 있습니다.
우리를 위해 헌신하신 그 사랑을 기억하면서 우리는 오늘도 그분의 몸인 성체를 받아 모십니다. 그분의 눈에 아직도 우리는 응석받이입니다. 때문에 그분은 모든 어려움과 고통을 감내하시면서 우리 곁에 묵묵히 서 계시고, 우리를 지켜주시고 이끌어 주십니다.
성당에 가면 우리는 하루 종일 잠들거나 눈도 감지 않으시고 감실에서 우리를 바라보시며 모든 것을 들어주기 위해 기다리고 계시는 주님을 뵐 수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감사드려야 합니다. 감사하기에도 모자란 인생이고, 감사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입니다. 그런데 때로 다른 것을 넘보고 주님께 불만과 답답함을 표시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혹시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주는 빵 대신에 다른 것을 자꾸만 넘보고 있지는 않습니까?
김우정 신부(수원교구 매교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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