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라고 선포하는 사제의 경문을 들으면서, 어김없이 나는 고개를 숙이고 남이 볼세라 조심스레 가슴을 친다. ‘주님, 한 말씀만 하소서! 당신 종이 곧 나으리다.’라는 고백을 하면서. 하루 중 가장 겸허한 순간이다. 가슴에 손을 가져가는 습관(?)이 생긴 것은 10여년 전 새벽녘에 꾼 꿈 때문이다.
제대가 성당 중앙에 위치한 뮌헨 모원에서 예수회 노사제가 제의방으로 나를 불러 제대 위에 놓인 성체를 대신 나누라고 했다.
제대 위의 성체를 만지는 순간, 진짜 살로 변했고 그 살을 만졌을 때 피가 흘러나왔다.
너무 놀란 나는 이 살을 수녀님들에게 어떻게 나눠주어야 할지 무척 당혹스러워하다가 꿈을 깼다. 이 꿈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 하며 말다툼을 하는 유다인의 볼멘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 꿈은 성체를 모시는 준비가 부족했고 그동안 타성적으로 미사에 참례한 자신을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다.
사랑이 드러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음식 사랑’이다. 먹는 것에서 사랑이 시작된다고 하지 않던가! 정성이 담긴 세 끼 밥상 앞에서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며 하루를 살아갈 활력과 생기를 찾는다. 예수께서는 우리를 향한 당신의 아낌없는 사랑을 일상적이면서도 가장 인상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며 초대하신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이 말씀을 들으면서 어찌 그분의 현존 의식에 대해 갈망만 하고 있을 것인가? 오늘도 성체로 내 안에 오시는 주님께 벅찬 사랑을 고백하고 싶다.
김연희 수녀(예수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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