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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58) 첩년의 약보다 나은 봉헌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4-16 조회수556 추천수8 반대(0) 신고
 

작성자     이순의(leejeano)                  작성일  2004-02-06 오후 9:12:01            번  호    6426  

 

 

(58) 첩년의 약보다 나은 봉헌

                            이순의

                   


ㅡ조강지처ㅡ

<옛날 어느 마을에 참봉어른이 살았다. 그려!

참봉 댁은 인물은 박색이었으나 낭군님 모시는 디는 지극이 정성이었것다.

철이 바뀌어서 세찬겨울이 꽃샘추위를 안고 휘돌아 설적에 행여나 기가 허해지실까 걱정이 되었다. 그려.

포동포동하고 느틀느틀한 낭군님 볼테기가 어짠지 쪼끔 쪼오끔 모자란듯 싶기도 허고. 볼그작작허니 때깔 좋은 광대뼈는 워짠 일인지 허여멀건 허신 것 같고.

그래서 참봉 댁은 고을에서 제일 영허다는 약방 영감님께 특수제작으로 주문하여 약을 지었것다.

 

지금처럼 약을 달여 달라고 3만원만 주면 특 고압으로 비닐포장까지 되야서 전자렌지에 넣고 땡 소리만 나면 먹는 시절이 아니었으므로

하루 삼시 세 때 약탕기에 약을 넣고 물을 부어 화롯불에 부채질 해가며 공양을 하였것다.

원래 몸에 좋은 것이 쓰다고 혔는디 특수제작까지 했으니 그 약 맛이 얼매나 고약했것는가!

그래도 하늘허고 동기동창쯤으로 높이 보이는 낭군님 약이 쓰다고 공양을 포기헐 참봉 댁이 아니었다.

 

그란디 비겟살이 느틀느틀헌 참봉어른이 볼 적에는 인물도 박색인 것이 먹으라고 주는 것도 꼭 지 생긴 대로 고약헌 것만 주는 것이었것다.

맛은 그런다 치고라도 날마다 하루 삼시 세 때 철철이 다리는 약 하나를 못 맞추고,

어쩐 날은 한강물이 넘치듯이 사발에 남실남실 혔다가, 또 어쩐 날은 사발에 약이 들었는가 말았는가 한 모금 반도 안 되는가 싶기도 허고.

마셔도 마셔도 아직도 마실게 남는가 허면, 어쩔때게는 목구멍에 기별도 안가게 팍 쫄아부러서 미운 짓만 골라서 허는 것이었것다.

 

조강지처 참봉 댁이 지성으로 몸보신을 시켜 놓으니께 참봉어른 중요헌 용무로 큰일을 본다고 큰기침을 허고 나들이에 나서시는디

"어허험. 에헤헴. 긴한 일로 다녀 올텡께 집안단속 잘 하고 있으소."

마음씨 착한 조강지처 참봉 댁이 기를 팍팍 넣어준 참봉어른의 긴한 용무는 다름 아닌 특수 보약의 기를 풀어보는 일이었것다.

기방에 앉아 이쁘고 나실나실한 기생년허고 기를 풀어보니 참봉어른의 눈  앞에 박색인 참봉 댁 미운얼굴이 어른어른 허는 것이다.

 

"너 같이 이쁜 것이 약을 달이면 약도 이쁠것이요. 맛도 박색보다는 고약허지 않것구나." 허고 호강에 초친 주둥아리를 놀려 부렀는디 그 틈새를 놓칠 기생 년이 아니었것다.

박색에다가 고약헌 짓만 골라서 허는 조강지처는 콱 쎄레서 쫓아내불고, 야리야리 허고 입에서 설설설 녹는 짓만 골라서 허는 기생 년을 첩으로 들어 앉혔것다.

그런데 고것이 참말로 기특도 허도다.

 

약맛은 항상 심심허니 달코롬허고, 약사발에는 눈금도 안 그려 졌는디 어짜면 이렇코롬 정확허게 달여 오는가!

이쁜 것이 이쁜 짓만 허니 신통방통이로세!

어느 날, 그 하는 짓이 하도 신통방통하여 참봉어른이 고 이쁜 것을 몰래 숨어서 재주가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했던 것이다.

워매, 아이고, 이 일을 어쩐당가.

특수 약이 설 달여져서 많으먼 지년이 마셔불고, 너무 달여서 모자라면 멀건 맹물을 부어설라무네 간을 맞차야 쓴게 또 마세불고,

 

그라고 본께 이년이 많다고 처묵고, 적다고 처묵고, 참봉어른이 얻어먹은 약은 진국이 다 빠져 나간 멀국만 얻어 묵었네. 그려.

아이고 어쩌사끄나. 박색네야. 조강지처 내 각시 박색네야.>

(이 이야기는 친정아버지의 간단한 이야기에 제 임의로 재미라는 양념을 더 했습니다.)

 

 

 

 

 

하루에 한 첩씩 세 첩을 3일 동안 달여 먹이라는 한약을 못 맞춰서 약이 많았다가 적었다가 제 멋 대로다. 짝꿍이 배가 아픈데 약이 세 첩뿐이라서 고압으로 달여 줄 수 없으니 집에서 달여 먹이라는 그 약을 못 맞춰서 짝꿍한테 두런거렸다.

어렸을 적에 막내딸을 공양하는 어머니 곁에서 아버지는 참봉영감 소리를 종종 허셨는데 그 소리를 왜 가끔 하시는지 이유를 몰랐다. 그런데 짝꿍에게 약을 주면서 나도 모르게 그때 그 말을 중얼중얼 판소리 한마당처럼 하고 있었다.

 

"내가 약이 많다고를 헌가 적다고를 헌가? 나는 아무소리 안 했네"

짝꿍이 난감한 표정이다.

그랬다. 나도 어머니께 약이 많거나 적다고 한 적이 없고 쓴 것은 당연했는데 아버지는 어린 딸 옆에서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몰랐다. 그런데 이제야 알아냈다. 달여 주는 사람이 마시는 사람의 입장에서 늘 배려하시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아픈데 약까지 쓰고 약량이 들쑥날쑥 이다보니 먹는 짝꿍이 얼마나 고역일까 생각해서 나도 모르게 아버지의 그 소리를 그대로 읊조린 것이다.

 

아버지는 어린 자식이 아프기도 한데 쓴 약까지 마셔야 하고, 그 약이 어떤 날은 넘실넘실 막걸리 사발보다 더 많을 때도 있었으니, 어머니의 정성을 보고 마시라는 배려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지금은 약방에서 약을 달여서 포장까지 해 주므로 아버지의 그 가락소리가 왜 필요했는지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짝꿍의 약 세 첩으로 인해 아버지의 그 가락이 그대로 제현 되어서 짝꿍에게 불러지고 있었다.

 

주님! 지금 저는 묵상 글을 묵상 글답게 갖추지를 못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약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공양할 줄 알았던 박색의 조강지처처럼 지금 형편이 되는대로 제 일상을 봉헌하게 해 주소서. 저는 지금의 모자람도 소중한 일상이며 기도입니다. 오늘하루 참봉네를 떠 올리며, 나의 기도가 주님을 향해 참봉네 같은 지극정성으로 한결 같이 드릴 수 있다면 주님은 결코 많다거나 적다고 불평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맛이 고약하다고 투정하실 분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복음과 어울리지 못하는 묵상 글이지만 올려드립니다. 모양이 예쁘지 못하지만 그래도 제가 주님을 향한 정성이라는 봉헌에 보약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ㅡ아멘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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