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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리스도 파" - 2008.4.16 부활 제4주간 수요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8-04-16 조회수418 추천수2 반대(0) 신고
(이수철프란치스코 성 요셉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2008.4.16 부활 제4주간 수요일
                                            
사도12,24-13,5ㄱ 요한12,44-50

                                                            
 
 
 
 
 
"그리스도 파"
 
 


아침 성무일도 중 독서 한 대목이 생각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단 한번 죽으심으로써 죄의 권세를 꺾으셨고
  다시 살아나셔서는 하느님을 위해서 살고 계십니다.”(로마6,10).

그리스도뿐 아니라 세례로 거듭 난 우리들 역시
‘하느님을 위해서’의 삶 하나뿐임을 깨닫습니다.
 
아주 예전에 인용했던 내용이 말씀 묵상 중 문득 떠올랐습니다.
 
베네딕도 봉헌회의 영성에 대해 어느 미국 수사님의 발표가 끝나자
같은 베네딕도회 노교수님의 날카로운 질문이었습니다.

“베네딕도회 영성과 그리스도 영성이 따로 있습니까?
  베네딕도 이름은 그렇게 많이 인용하면서
  왜 그리스도라는 이름은 한 번도 안 나옵니까?”

듣고 보니 맞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리스도께 대한 언급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너무나 평범하면서도 자명한,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잠시 물을 끼얹는 듯 조용했습니다.
 
잠시 후 발표하던 수사님,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솔직히 고백했습니다.
 
베네딕도회 영성,
프란치스코회 영성,
갈멜회 영성,
예수회 영성....
하지만 궁극엔 하나의 영성
그리스도 중심의 영성이, 파스카 영성이 있을 뿐이며,
사부가 있다면 그리스도 한분뿐입니다.
 
밖의 이익 집단에서는,
예로 들면 한나라당의 경우, ‘친 이파’가 있고 ‘친 박파’가 있는 반면, 우리 교회 안에는 오직 ‘그리스도 파’ 하나만 있을 뿐입니다.
 
마태복음에서도 주님은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 스승님은 한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마태23,8).

“너희는 선생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선생님은 그리스도 한 분 뿐이시다.”

“이 세상 누구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늘에 계신 그분뿐이시다.”(마태23,9).

우리 모두를 지상의 우상들로부터 해방시켜 자유롭게 하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보이는 교회의 지도자들은
스승인 그리스도께 인도하는 가이드일 뿐
절대로 스승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직 파가 있다면 모두가 따르는 ‘그리스도 파’ 하나만 있을 뿐입니다.
제멋대로, 방종의 자유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유일한 스승이신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을 향한 자유입니다.
 
이래야 패거리 공동체에서 벗어나 진정 자유로운 일치의 공동체입니다.
 
바로 이런 진리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마음 깊이 각인 시키는 것이
성전에서 제대를 중심으로 하여 바치는 공동체의 미사와 성무일도입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종교나 철학의 절대적 초월자인 하느님이 아닙니다.

그리스도를 통해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자비하신 아버지 하느님이십니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나를 믿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보는 것이다.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아주 심오한 복음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곧장 아버지를 믿는 것이요,
그리스도를 보는 것이 곧장 아버지를 보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성사나 말씀, 기도 안에 현존하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믿고 보는
우리들은 실상 아버지를 믿고 보는 것입니다.
 
이래야 진정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느님을 향한 공동체의 일치입니다.

저는 더 깊이 묵상했습니다.
 
비단 그리스도뿐 아니라 진정 하느님을 믿는 이들을 믿고 보는 것이
바로 하느님을 믿고 보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사실 형제들을 통해
주님의 말씀을 듣고 주님을 보는 경우들 종종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모든 형제들을 통해 그리스도께 이르고 하느님께 이릅니다.
이게 바로 아래로부터의 영성이요 건전한 신비주의입니다.
 
하여 저도 이제부터는 전 날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만났던 모든 이들을 미사 중에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께 봉헌하기로 했습니다.
 
모두를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께 연결시키므로
하느님 안에서 제자리를 찾게 하는 미사 은총이기 때문입니다.

1독서의 다음 내용에서도
믿는 이들에게는 그리스도 파 하나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들이 주님께 예배를 드리며 단식하고 있을 때에 성령께서 이르셨다. 
 “내가 일을 맡기려고 바르나바와 사울을 불렀으니,
   나를 위하여 그 일을 하게 그 사람들을 따로 세워라.”
  그래서 그들은 단식하며 기도한 뒤 그 두 사람에게 안수하고 나서
  떠나보냈다.’

단식과 기도 중에 주님의 뜻을 찾는,
참으로 바람직한 믿는 이들의 공동체입니다.
 
공동체회원 모두가 주 예수 그리스도파입니다.
 
바오로 파나 바르나바 파로 분열된 공동체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 형제들인 하나의 공동체임을 깨닫게 됩니다.
 
매일 이 거룩한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 모두 빛이신 주님을 받아 모시고
주님의 빛으로 제 삶의 자리에 형제로 파견되는 우리들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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