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4월 18일 금 / 길이신 그리스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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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8-04-17 | 조회수638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출장이 유난히 잦은 나에게
어떤 자매가 <신부님, 운전을 좋아하시나봐요?>라고 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실 길을 좋아하지요.>라고 답했다. 수도생활 여정 안에서 줄곧 떠나지 않는 나의 테마는 <길>이다. 얼마전에는 10여년 전 양로원 할머니들을 방문하기 위해 자주 다녔던 비포장길을 다시 가본 적이 있다. 이제는 너무도 길이 잘 포장되어 있어 언제 지나쳤나 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때 울퉁불퉁한 비포장길, 비가 온 뒤면 버스가 패인 웅덩이를 피해 곡예 운전을 하고 한시간쯤 여정을 마치고 나면 마치 말을 탄 듯 속이 확 뒤집어 지는 체험도 하였었는데... 그 당시에 그 비포장길은 나에게 길에 대한 많은 묵상꺼리를 제공하였었다. 우리 인생살이, 수도생활의 여정도 바로 이런 비포장길이라는 것, 때론 웅덩이도 있고 큰 돌멩이도 있어 피해 가야 할 때도 있고 느리지만 돌아가야 할 때도 있다는 것, 고속도로는 절대로 아닐 것이라는 것, 이 길이 곧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길>이었고, 바로 <그리스도 그분>이라는 것... 그래서 지금도 유난히 시골길을 즐겨 찾는다. 갈수록 도로확장으로 인해 오지길이 없어지는 아쉬움을 느끼면서... 길을 걸을 때마다, 길을 달릴 때마다, 그림 속에 있는 길을 볼 때마다, <길이신 그분>을 만난다. 그분이 나의 길이다. 그분이 나를 목적지까지 인도해 주시는 안내자이다. 나는 그 길을 즈려밟고 가기만 하면 된다. 그 길이 없다면 나는 길없는 길을 무작정 헤메야 한다. 오늘도 나는 길을 건는다. 노랫말처럼, 무작정, 정처없이 걷는 나그네 길이 아니고 그분과 함께 그분을 밟고 하늘나라를 향해 가는 희망의 길이다. 이 길을 함께 가는 도반들이 많이 있다는 것, 이것이 우리에게는 큰 선물이다. 이렇게 함께 길을 걷는 도반들과 그분을 즈려밟고 하느님 나라로 향해가는 이 발걸음이 어찌 무거울 수 있으리오? 고속도로를 경쟁하면서 쌩쌩 달리는 것보다 느리지만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시골길을 산책하는 것이 아름다운 이유일 것이다. 도반들이여, 오늘도 함께 걸읍시다. 길이신 그분과 함께 그분을 살며시 즈려밟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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