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V이신···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러 간다고 말하였겠느냐?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 그러자 토마스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요한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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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언뜻 고개를 돌렸는데, 한 마트의 상호가 눈에 띄었다. ‘3F-Friendly, Fresh, Fun’이라고 쓴 것이 참신하게 느껴졌다. 2년 전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에서 실시한 ‘여성 리더십’에 대한 강의가 생각났다. 21세기 리더십을 3F로 정의할 수 있는데, 여기서 3F는 ‘Fiction, Feeling, Feminine’이라고 했다. 과거에 평가받지 못한 덕목이었으나 이 3F가 없으면 현대사회의 인간관계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요즘에는 이렇게 중요한 몇 가지 삶의 원칙을 단어의 머리글자로 요약해서 기억하기 좋게 하는 것이 유행처럼 보인다. 3M, 3S 등등.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추셨던 예수님이 ‘V’ 모양으로 손을 올리시고 “나는 3V다.” 하며 오늘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다.
오늘 복음에 앞서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새 계명을 주셨을 때 베드로 사도는 스승의 말씀을 중단시키며 조금은 엉뚱하게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13,36) 하고 물었다. 토마스 사도도 덩달아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14,5) 하고 질문한다. 토마스 사도가 이해했던 물리적 의미의 길에 대해서 예수께서는 영적 의미로 답변하신다.
예수님은 자신을 하느님께 다다르는 길이라고 하시며 그 길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를 만날 수 없다고 선언하신다. 길(Via)·진리(Veritas)·생명(Vita)은 그리스도께서 중개자요 계시자요 구원자이심을 가리키는 가장 중요한 의미로 깊숙이 우리의 마음을 차지한다.
평소 자주 바치는 기도를 이 순간 마음 모아 다시 기도한다. ‘주님, 제 안에 당신 말씀을 깊이 새겨 말씀 안에서, 말씀과 더불어, 말씀을 따라 살아가게 해주십시오. 오직 당신만이 저의 길이시고 진리시며 생명이십니다. 아멘.’
김연희 수녀(예수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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