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그 평화는 예수님이 지니신 평화다. 그 평화는 세상의 권력자에게 죽임을 당해도 흔들리지 않는 평화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다가올 죽음을 아버지의 뜻으로 받아들이시고, 당신이 아버지께 가는 것을 기뻐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예수님은 당신이 제자들에게 주고 가는 그 ‘평화’를 제자들이 받아들인다면, 그들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신다. 앞으로 다가올 죽음과 무관한 평화는 무엇일까? 예수님 편에서 보면, 그 평화는 삶과 죽음이라는 현상적 사건을 넘어서는 평화다.
육체를 입은 인간이 직면하는 모든 상황에 좌우되지 않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평화다. 그 평화는 세상의 구원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는 예수님의 모습에 깊이 묻어난다.
과학적 사고에 물든 현대인은 달라이 라마가 열네 번 환생했다고 전하는 티베트의 전통이나 2천 년 전 예수님의 부활이 역사적 사실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삶을 평화롭게 받아들이는 자세는 그런 입증과는 상관없다.
나라를 잃고 망명생활을 하는 중에도 달라이 라마의 얼굴은 평화롭다. 죽음을 앞둔 예수님도 평화로움을 견지한다.
주여!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성 프란치스코, <평화를 구하는 기도>
이흥우(인천교구 부평3동 천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