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모님 품에 안긴 어린이 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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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인옥 | 작성일2008-05-05 | 조회수883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매주 말씀봉사하러 가는 수녀원 마당에 있는 성모상 치마폭에 매달린 꼬마 예수님의 모습도 너무 귀엽고 한국적이고 소박한 성모님의 모습도 정겹기 그지없다.
그 아래 핀 제비꽃이다. 누가 심은 것이 아니라 저절로 성모상 주변에 여기저기 자라난 것들을 성모님 곁으로 더 가까이 이동시켰다. 날아온 야생화들이 성모님 주위에 모여들었다.
제비꽃은 성모님과 참 잘 어울리는 꽃이다. 제비꽃의 꽃말이 겸양이고. 장미와 백합과 함께 성모님 앞에 바쳐진 꽃이라는 말이 있단다.
마당에 놓여진 대형 바구니들. 그 안에 이름 모를 야생화가 잔뜩 자랐다. 들여다보니 바구니마다 다 다르다. 대단한 꽃, 화려한 꽃이 아니라 토끼풀 같은 소박한 들풀도 있다.
오른쪽 텃밭은 고구마 밭이다. 이 수녀원 본원에서는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꼬마들이 고구마를 심고 갔단다. 고구마가 다 자라면 자기들이 심은 고구마를 캐러 온단다.
그런데 실은 아이들이 고구마를 심고 가면 수녀님들이 다시 캐서 잘 심어두고 캐러 오기 전 날에도 수녀님들이 미리 다 캐놓고는 흙을 살짝살짝 덮어준단다.
하기야 아이들이 심은 것이 오죽하고 고사리 손에, 서툰 호미질로 깊이 묻힌 고구마를 어찌 캐내겠나?
아이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자기들이 심은 고구마가 잘 자랐다고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굵기를 견주면서 즐거워한단다.
수녀님들이 텃밭에서 일하시다 잠시 앉아서 쉬는 곳이다.
아이들이 고구마를 심는다고 또 캐낸다고 수선을 떨 때도 모르는 척 앉아 쉬고 있는 곳이다.
우리도 하느님의 어린이들이라면 하느님과 우리들의 관계도 그와 같지 않을까?
자기 혼자 다 한 것처럼 부산을 떠는 우리를 지긋이 미소지으며 바라보시는 것은 아닐까? 두 손 놓고 있다고 투정을 부리는 우리를 보고도 못 들은 척 하고 앉아 계신 것은 아닐까? 도와주지 않는다고 엄살을 떨어도 혼자 다 예비해놓고도 아닌 척, 딴전을 피우시는 것은 아닐까?
성모님의 달 속에 있는 어린이의 날, 어머니 치마폭에 매달린 천진한 어린이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김정식, '하늘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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