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35만 원이 든 통장 하나를 가지고 이 섬에 왔다. 필요한 것은 주님께서 채워주실 것이라고 믿으면서. 뒤돌아보면 주님께서는 먼저 경험시키시고 한 발짝씩 따라오게 하셨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섬세하게 배려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느끼면서도 온전히 맡기지 못하는 약한 우리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 주님을 의지하게 되었다.
섬 생활을 시작하면서 숟가락을 새것으로 장만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밥이 없어 굶는 사람도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낡은 숟가락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날, 옆에 사는 권사님이 아주 좋은 수저 두 벌을 가지고 오셨다. 자녀한테서 생일선물로 받은 것인데 우리에게 주고 싶다고 하셨다. 그 이후부터 우리에게만 필요한 것은 우리 손으로 사지 않는다.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더 좋은 것으로 풍성히 채워주시는 하느님을 바라볼 뿐이다.
우리는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3) 하신 성경 말씀이 진실로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임을 믿게 되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빈손으로 어디를 가도 하느님께서 필요한 것을 채워주신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하느님은 9년 동안 비어 있던 낡은 집을 말끔히 수리하여 넓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셨다. 우리는 이곳에서도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바라보는 체험을 한다. 무엇보다 성경 말씀은 진실이라 믿고 자신 있게 전할 수 있어 감사하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조차도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믿고 전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원순희 목사(여수 송여자 생명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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