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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삼손과 들릴라를 보면서...
작성자이혜원 쪽지 캡슐 작성일2008-05-15 조회수460 추천수7 반대(0) 신고
참.. 궁금하다..
삼손은 왜 들릴라를 떠나지 않았을까..? 한동안 머리가 쉴 때마다 이 생각을 했다.
그녀가 자신을 잡기 위해
"당신의 그 큰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어떻게 하면 당신을 묶어서 꼼짝 못 하게 할 수 있는지 말해 주세요.”라고
세 번이나 말했을 때 자기를 잡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는 걸 몰랐을까?
삼손이 들릴라에게 세 번이나 반복해서 거짓을 답해 준 걸 보면 삼손도 알았던 것 같기도 하다.
또  들릴라가 "날마다 들볶고 조르는 바람에, 삼손은 지겨워서 죽을 지경이 되었"으면서도 왜 들릴라를 떠나지 않았을까?
머리로는 알았지만, 몸이 떠나지지 않았던 걸까?
"모태에서부터 하느님께 바쳐진" 삼손도 강하고 끈질긴 유혹앞에서는 무너지기 마련인가?
 
* 첫째 묵상...악의 힘
 
들릴라 - 女(삼손은 男) -  性, 肉, 安, 快...
들릴라 행동의 이유는 金 - 物, 現世..
이런 것들의 유혹은 정말 강하고 끈질기다.
 
삼손도 들릴라의 속을 다 알았을 것이다. 세 번이나 거짓으로 대답해 준 걸 보면.
조르고 들볶을 때마다 거짓말이나 다른 방법으로 그 순간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떨치고 일어나기엔 너무 아쉽다.
그 순간만 잘 넘기고 나면 자신은 여전히 快를 누릴 수 있을 테니까 적당히 어떻게 좀 견뎌보자 했을지도 모른다.
 
어떤 것에든 "중독"된 사람들 보면, 알콜중독, 도박중독, 마약중독, 담배중독, 음란물중독...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들을 혐오한다.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면서도 못끊는다.
삼손처럼 "지겨워서 죽을 지경"이다.
지긋지긋한 술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남의 담배냄새는 싫어한다. 꽉막힌 흡연실에서 담배피우길 좋아하는 애연가는 없다.
딱 한 번 대박만 터지고 나면 이 생활 청한한다고 말한다.
어떤 시점이 지나고 나면, 몸이 죽어간다는 걸 알면서도 속수무책,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자포자기 하게 된다.
머리는 아는데 몸이 안따라 준다. 머리의 명령에 몸이 따르는 것이 아니라 몸의 명령에 머리가 굴복하는 거다.
이성이 육체의 노예가 된 셈이다.
 
방법은 없다. 떨치고 나아가야 하는 수 밖에 없다.
자기 옷을 버려둔 채 밖으로 도망쳤던 요셉처럼, 무조건 떨치고 나가야한다.
포티파르의 아내의 유혹이 강하게 반복되었을 때, 요셉은 처음엔 말로써 설득했다.
하지만 여전히 끈질기게 반복되자, 이겨낼 수 없음을 알고 "자기옷을 버려둔 채 밖으로 도망쳤"다.
악은 나보다도 더 영리하고 더 강하고 더 교활하다.
어떻게 해야 나를 굴복시킬 수 있는지 명백히 알고 있다.
악을 이기려고 하면 반드시 진다. 이길 수가 없다. 악을 이길 수 있는 분은 오직 주님뿐이다.
무조건 떨치고 나가는 게, 도망치는 게 상책이다.
 
* 둘째 묵상.. 명분, 이유, 논리, 핑계, 합리화
 
어쩌면 들릴라도 나름대로의 명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죽음으로 몰아넣고서라도 받아야 했던 돈에 대한 명분.
예를 들면 병든 부모, 어린 동생들, 자기만을 바라보고 있는 친족들..
꼭 물욕이 강해서 또는 사치 방탕 낭비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했던 게 아닐지도 모른다.
惡하기만 한 사람은 많지 않다. 상황논리로 보면 다 그럴만하다 싶은 경우가 태반이다.
삼손도 나름대로의 명분이 있었을 것이다.
들릴라의 계략을 다 알면서도 뭉기적 뭉기적 엉덩이 무겁게 비비고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던 나름의 이유.
전쟁에 지쳤어. 나에겐 휴식과 위안이 필요해. 나를 죽이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난 지쳤어. 첫번째 아내는 날 배반했고 난 그 친족들을 죽여버렸어. 이제야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어. 근데,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날 함정에 빠뜨리려고 해. 내 사랑은 왜 이렇지..? 내 인생은 참 안됐어. 난 참 불쌍한 사람이야. 떠나야 하는데..아.. 몰라 몰라.. 될대로 되라..나는 쉬고싶어..
 
옳은, 또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쉽다. 그 명분은 여러가지다.
지금 난 너무 불쌍하잖아, 난 외롭잖아 그러니까 약(술, 담배, 음란물...)으로라도 위로받고 싶어..이러는 내가 너무 불쌍하잖아.. 하는 식으로 자기연민에 호소하는 명분.
가족을 부양해야 해,  병든 자식(부모, 형제..) 먼저 살려야지,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어.. 하는 식으로 이타적 논리에 호소하는 명분.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래, 옛말에 이런이런 말도 있잖아... 하는 식으로 사회적 요인에 기대는 명분.
인간은 원래 어쩔 수 없어, 그러니까 나약한 인간이지.. 하는 식으로 존재의 한계에 기대는 명분 등등..
자기자신의 생각이 흘러가는 궤적을 잘 관찰하면 스스로가 해명하는 여러가지 명분, 논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름 다 이유가 있어보인다.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라는 말도 있다.
 
근데...
그러한 명분(이유, 논리, 핑계..)을 다 떨구어 낸 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행동이 옳은가, 타당한가, 합당한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같다.
그 행동 하나만 오롯이 생각해 볼때도 고개가 끄덕거려져야 한다.
미사 드릴때 어떤 명분, 이유, 논리, 핑계, 설명, 변명, 합리화..가 있던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유가 많고 핑계가 많고 이런저런 논리가 많고 합리화해대고 말이 많은 행동들은
뭔가 스스로에게도 마음에 꺼림직함이 있는 경우다.
떳떳하고 타당한 일이면 이런 저런 말이 필요없다. "그냥 하면 되는" 거다.
타인의 행동을 봐도 그렇고 나 자신을 봐도 그렇다.
이렇게 설명하고 저렇게 해명하고 이렇게 이유대고 저렇게 논리를 대고... 하는 것은
나 스스로도 찝찝함이 있고 그걸 타인도 알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나오는 蛇足이다.
 
엉덩이 무겁게 뭉기적거리지 않고 담대히 떨치고 일어날 수 있길, 그런 힘과 용기를 주시길 기도한다.
나 스스로의 힘으로는 결코 이겨낼 수 없는 악의 유혹을 주님께서 물리쳐 주시길 기도한다.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하면 되는, 어떤 명분도 이유도 핑계도 설명도 변명도 합리화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길 기도한다.
하고싶다 해야겠다 해야한다는 생각이 드는 일들이 그 자체 그대로 "합당한'일이 될 수 있도록
나의 마음과 생각과 의지를 항상 주님께서 인도해 주시길 기도한다. 
 
주님을 놓치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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